이상훈 한의학연 선임연구원
한의원 개원 3년만에 접고
한의학연구원으로 봉사활동
매년 섬마을 찾아 재능기부
낙도·개도국 등 사랑의 인술

▲ 한의학연 제공

"제게 주어진 10분으로 우리의 이웃이 1년의 행복을 이어갈 수 있다면 기꺼이 움직여야죠."

이상훈 한국한의학연 선임연구원(38·사진)에게 1년 365일이라는 시간은 남들보다 짧다. 주중엔 한의학 연구, 주말엔 남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린다. 원광대 한의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7년 광주에 한의원을 개원했지만 한의학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3년 만에 과감히 접었다. 이후 한의학연 선임연구원으로 현재 민간요법을 기록해 보존하는 사업과 부항기·전침기 세계 표준 구축에 힘쓰고 있다.

'원장님'에서 '봉급쟁이'가 되면서 그의 수입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 선임연구원은 줄어든 수입에 연연해 하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연구만 파헤쳤다.

이 와중에 한의학연 의료봉사동아리인 '한의사랑'에 들어가 매년 섬마을을 찾아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충남에서 3번째로 큰 섬, 삽시도를 찾아 어민 100여명을 돌봤다. 침이나 뜸을 놓기도 하고 평소 생활을 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유용한 조언도 했다. 

이 선임연구원의 봉사정신은 낙후된 개발도상국과 교도소 수감자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찾아 한방 의료봉사를 하는 콤스타(KOMSTA·사단법인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에 들어가 몽골과 라오스 등에서 인술을 펼친 바 있다. 

또 매년 1~2회는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아 분노조절에 효능이 있는 경락 마사지법을 전하고 있다. 'EFT(Emotional Freedom Techniques)'로 불리는 경락 마사지는 화가 났을 때 감정 응어리가 뭉친 부분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이다. 분노가 치밀 때 인체의 점혈을 손으로 툭툭 두드리면 점점 편안함을 느끼게 되며, 마음속 안정을 되찾아 분노를 해소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가 회장을 맡은 의료봉사동아리 '한의사랑'은 최근 동아리명에서 '의료'라는 글자를 떼 봉사 영역을 확장했다. 낡아서 찬 바람이 심한 주택에 문풍지를 붙이는 봉사를 하기 위해 의료로 한계를 국한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노숙인을 위한 빨래방 운영 방안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 노숙인들이 깨끗한 옷을 입고 행색만 제대로 갖춰도 남들에게 멸시당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처음엔 세탁기를 구입해 대전시에 기증하고 대전역에 설치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었지만, 관리가 어려울 수 있어 생각을 돌렸다.

"한 집에 문풍지를 바르고 비닐을 덧 씌우는데 30분도 안 걸리더라고요. 한 번 해놓으면 그분들은 겨우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거잖아요. 노숙인 빨래방도 별로 힘 안들이고 조금만 짬을 내면 되는 일인걸요. 잠시나마 제 시간을 할애해 누군가 많은 혜택을 본다면 무조건 나설 겁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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