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노진호 편집국 교육문화팀 차장

요즘 한화이글스를 보면 ‘역시 야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만남은 그것이 성사되기 전 ‘설’로써 나돌 때도, 만천하에 공개됐을 때도, 유니폼을 입고 지휘봉을 잡은 지금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오히려 가을야구가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밀렸을 정도로 야신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는 지난달 25일 제10대 사령탑으로 김성근 감독을 선임했다. 야신의 한화행은 계약기간 3년·계약금 5억원·연봉 5억원에 이뤄졌다. 김응용 전 감독이 2012년 10월 한화로 오면서 받은 2년간 9억원(계약금 3억·연봉 3억원)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큰 규모였고 기습적인 발표였다. 김 감독의 선임은 팬심의 힘이었다. 한화의 보살같은 팬들은 3년 연속 꼴찌로 추락한 팀을 보며 분기탱천했다. 그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1만 2500여명의 서명을 모았고, 간절함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은 11만뷰를 돌파했다. 팬들의 성화 때문인지 구단주의 의중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한화는 야신을 선택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혹시라도·만에 하나 한화의 내년 시즌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우리는 여론을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성난 민심은 절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현재 한화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악명 높은 ‘지옥의 펑고’도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한화의 마무리 훈련은 매일 화제다. 사실 마무리 훈련은 단지 그들만의 연례행사일 뿐이었지, 그 어떤 명문 구단의 캠프도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적은 없다. 김성근 감독의 선임으로 내년 시즌 한화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가고 있다. 실제로 김 감독은 부임 첫해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OB베어스(현 두산) 첫해인 1984년 3위에 올랐고, 태평양돌핀스의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인 1989년에는 역시 3위로 구단의 사상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삼성라이온즈와 쌍방울레이더스 첫해인 1991년과 1996년에도 팀을 3위에 올려놨다. 특히 2001년 감독대행으로 LG트윈스를 이끈 후 정식 감독이 된 2002년에는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으며, 2007년 SK와이번스에서는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충분히 기대를 할 만한 프로필이다. 그러나 ‘너무 큰 사랑은 당신을 죽이게 될 것(Too much love will kill you)’이라는 팝송처럼 부풀어 오르는 맹목적인 믿음을 보며 두려움이 생긴다.

한화가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며 밝힌 “혁신을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처럼 한화는 지금 변화하고 있다. 고양원더스에서 김 감독을 보좌한 김광수 코치를 필두로 코치진을 물갈이했다. 이 역시 혁신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이 과정에서 팀을 떠난 송진우·정민철 등 레전드에 대한 애잔함도 어쩔 수는 없다. 한화의 개혁은 코칭스태프에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한화는 제9대 대표이사로 김충범 전 비서실장을 선택했다. 신임 대표이사는 김승연 회장을 오랫동안 보필한 이른바 ‘복심’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서 또 하나 걱정이 생긴다. 김성근 감독은 이전에 몸담았던 팀에서도 구단과의 마찰이 잦았다. 구단주 측근의 대표이사 취임이 새로운 사령탑에 힘을 실어주는 한 수라면 좋겠지만, 혹시나 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팀 운영에 대한 관심(?)이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와의 계약 체결 후 명문 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마무리 훈련이 진행 중인 일본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야신을 선택한 한화도, 그것을 바라보는 팬들도, 내년 시즌에 대한 야심이 가득하다. 2014년 11월 혹시나 던져본 의심이, 2015년 이맘때쯤에는 괜한 기우였구나 하고 겸연쩍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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