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처럼 자란 마사회 마권장외발매소]
월평동 화상경마장 출입
도박 중독 피해자 고백
하루에 7천만원 베팅도
“지역경제 발전 허상일뿐”

4. 한 50대 피해자의 고백… “화상경마로 날아간 수억원과 내 삶”


“불법적인 사설 경마장에 간 것도 아닙니다. 모든 재산을 마사회의 화상경마장에서 탕진했습니다.”

대전에 사는 A(57) 씨는 1999년부터 2012년까지 13년 동안 대전 서구 월평동의 화상경마장에서 8억원 가까이의 마권을 구매한 결과 전 재산을 잃었다.

19일 충청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사설 화상경마장 등 ‘불법’ 도박장에 간 적이 없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마사회의 화상경마장에서 탕진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6면

A 씨는 “1999년 이전만 해도 경마의 '경'자도 몰랐다. 그 전에는 자영업을 하면서 가정을 지키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서구 월평동에 화상경마장이 생기면서 주변 사람들이 그곳을 가기 시작했다. 조기축구회에서 만난 지인과 함께 이곳에 갔다가 멋모르고 호기심에 베팅을 한 것이 맞아 큰돈을 따다보니까 점점 환상을 쫓기 시작했다. 돈을 잃으면 한 번에 다 복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직장도 때려치우고 하던 일도 멈추고 가정도 완전 엉망이 되고, 모든 것이 망가졌다. 제3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자동차대출까지 받고도 모자라 생계수단인 화물차까지 팔아서 화상경마장을 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보통 하루에 12경기를 했는데 맨 처음에는 1경기 당 1만원 정도를 베팅했다 그런데 점점 베팅이 늘어갔고, 1경기 당 500만원까지 베팅해봤다. 하루 종일 베팅해서 제일 많이 할 때는 화상경마장에서 하루에 7000만원까지 써 봤다. 화상경마로 번 돈은 유흥비로 썼고, 나머지 돈은 다음번 경마를 위해 다 숨겨 놨다. 마사회에서는 한번에 10만원만 베팅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마권을 한 사람이 몇천만원 어치라도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마사회가 주장하는 레저에 대해 그는 “경마를 하면서도 경마장이 너무 지긋지긋해서 주말이 되면 어디든 경마장 없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그 정도로 (화상경마로 인한 도박중독 증세로) 힘들었다. 그런데 보령에 화상경마장이 또 생긴다고 하니까 나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올까 걱정이 된다”며 화상경마장의 도심지 이전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대천해수욕장 인근의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충남 보령시가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래봤자 노름꾼들이 (보령에) 와서 잠자고 밥 먹고, 시간이 나면 해수욕도 하는 것을 기대할 순 없다. 화상경마장을 찾는 사람 중 그런 사람은 100명 중에 1~2명도 있을까 말까다. 실제로는 지역경제에는 조금도 도움이 안 되고, (대천 인근에) 노숙자만 들끓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보령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며 충남 보령시의 장미빛 청사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는 “화상경마장이 생기면 그 지역민만 죽이는 꼴이 될 것이다. 가정이 튼튼해야 지역사회도 튼튼해지는 것이지 경마로 주민들 가정은 엉망이 됐는데 어떻게 지역경제가 발전할 수 있겠나”고 꼬집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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