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 처럼 자란 마사회 마권장외발매소]
베팅금액 10만원 한정하면서
정작 연속베팅제한 확인안해
경기당 수백만원 판돈 걸수도
미성년자 신분증검사도 안해
외부 카드·자동차 대출 성행
중독자들 도박하도록 부추겨

3 <르포>충청 속 화상경마장을 가다

지난 15일 오후 4시 충남 천안 서북구 두정동의 한국마사회 천안지사 마권장외발매소(이하 천안 화상경마장) 안은 수천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매주 금·토·일요일마다 개장하는 경마의 마권을 사기 위해 이날 오후 4시까지만도 259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천안 화상경마장으로 몰려들었다. 1층 로비에 있던 직원은 “2000원짜리 일반입장권이나 1만 5000원짜리 지정석권을 현금으로 사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안내했다. ▶관련기사 6면

화상경마장은 원칙적으로 미성년자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입장권을 사니 별도의 신분증 검사 없이 1층 로비를 통과해 마권발매소가 있는 윗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허름한 차림의 중장년층 남성들이 발매소 여기저기 바닥에 주저앉아 경마 잡지 등을 펴놓고, 어느 말에 돈을 걸을지 골몰하고 있었다.

경마에는 2가지 방식으로 돈을 걸 수 있다. 발매창구에서 파는 마권을 직접 사는 방식과 구매권을 산 다음 기계로 가 마권으로 바꾸는 방식. 입장권과 마찬가지로 마권이든 구매권이든 모두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점은 같고, 규정대로면 1경기당 10만원 이상 배팅은 어렵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구매권 창구에서 한번에 수십만원의 현금을 내밀며, 구매권을 사갔다. 신분증 검사 역시 어떤 창구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OMR카드 형식의 구매표에는 베팅 금액이 10만원으로 한정돼 있지만 창구에서 파는 구매권은 한 사람이 몇장을 사든 제한을 두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1경기에 수백만원의 판돈을 걸 수 있었고, 하루 평균 14~15경기가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하루에 경마장에서 수천만원 상당을 화상경마장에서 쓰는 일도 충분히 가능한 셈이다. 발매소 곳곳에 걸린 ‘연속구매 금지 및 10만원 마권 상한액 준수’, ‘도박중독은 과도한 베팅에서 출발한다’, '미성년자는 마권을 구매할 수 없다’ 따위 내용의 플래카드가 무색한 상황.

그 시각 천안 화상경마장 건물 밖은 오랫동안 주차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즐비했다. 마사회 천안지사 인근의 사설 주차장들은 하루종일 차를 맡아준다며 7000원~1만원가량의 주차비를 받고 있었다. 빈틈 없이 빼곡하게 차가 세워진 한 주차장에는 ‘자동차 대출’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실제 취재진이 천안 화상경마장 인근에서 만난 사설주차장의 한 직원은 “현금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자동차를 맡기고 대출을 할 수 있다. 차량이 몇년식이냐”며 적극적으로 자동차 대출을 알선했다. 경마장 바로 건너편 식당에서는 손님를 찾긴 어려웠지만 신용카드 서비스가 가능한 현금지급기와 카드로 금을 산 후 현금으로 바꿔주는 ‘금 자판기’도 눈에 띄었다.

16일 오후에 찾은 대전 서구 월평동의 화상경마장 상황 역시 천안 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마가 모두 끝난 오후 6시30분경 화상경마장 인근 식당가에는 경마장 고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경마장 바로 앞의 한 식당 주인은 “화상경마장에 온 사람 대부분은 경마가 끝나도 인근 식당 등을 거의 찾지 않는다. 경마로 돈을 따도 유성(유흥가)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쪽 상인들은 우스갯소리로 ‘돈주고 밥사먹을 사람은 모두 경마하다가 망했나보다’는 말까지 할 정도”라고 전했다. 결국 화상경마장을 지역에 유치해 인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자체가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정책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최예린·김영준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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