錦沙 http://blog.daum.net/silkjewel-58

마음이 느끼는 감정은 뇌속의 날씨라고 하는데 오늘 아침 날씨는 겨울입니다. 하긴 어제 곳곳에 눈발이 날렸다고 하는데 입동 지난지 한창이고 보니 몸으로 느끼는 것도 이젠 겨울입니다. 오늘아침 자꾸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그런데 다행입니다. 겨울이라서…. 계절이 긴 여정을 마치고 깊은 동면으로 들어가듯이 오늘 나도 인생의 한부분 이었던 긴 여정을 마치는 날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소나기 내리면 날이 개듯 그 위기도 잘 넘어왔습니다. 매일매일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얻었던 기쁨이 컸습니다.

머릿속에 하얗게 돼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날도 있었지만 그런 날도 잘 이겨왔습니다. 늘 생방송에 시달림, 꿈속까지 괴롭힘을 당했지만 그것도 이제는 추억으로 갑니다. ‘이쁜마누라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23년동안 성장해온 대견스럽다는 격려의 그런 눈물이기를 바랍니다.

매 년마다 일년에 두 번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받았던 스트레스 마흔여섯번의 개편 많이 힘들었는데 잘 견디며 해냈네요. 그 힘든과정에서도 또한 많은 일들을 해내고 석사라는 빛나는 학위까지 해낼 수 있었으니 섭섭함보다 대견스러운 영광의 환영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쁜마누라 이제 그동안 못했던 여행도 가끔씩 문화 활동도 즐겨봅시다. 이쁜마누라 정말 수고했어요. 행복한 우리집으로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이렇게 보내준 남편의 메일처럼 23년간 사랑했던 방송을 오늘 마무리 합니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저 속 후련함 50% 섭섭함 50%입니다. 그러나 곧 그 섭섭함이 후렴함으로 더 커져가겠고 새로운 일, 조금은 마음을 여유있게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나보다 먼저 간 작가를 생각해 보라던 오라버니의 말도 기억합니다. 프로그램 개편으로 어쩔 수 없이 먼저 갔던 작가들처럼 프로그램 가을개편으로 나도 이제는 내 길을 개편하는 길에 들어섭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것보다 가끔은 속상했던 것보다 행복했던 것을 더 많이 간직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끝이 내일의 시작이라는 것 가슴에 담고 明天更好….오늘은 좋은 날,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 것을 믿습니다. 나를 지금까지 사랑해 주셨던 많은 분들 고맙습니다.

(이 글은 11월 14일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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