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윤 도안마을신문 발행인
십시일반 회원들의 힘으로
사람들 잇는 마을신문 발행
도안의 다양한 목소리 담아
“사람냄새 나는 마을로…”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도안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모여 준비했어요.” 대전 도안신도시에서 도안마을신문을 발행하는 허광윤(41·사진) 씨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마당에 모여 얽히는 마을”을 도안에 꿈꾼다.

빼곡한 아파트 속 사람은 가득하지만 서로 이웃이긴 어려운 도시인들의 삶. 그 속에서 허 씨는 도안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도안마을신문’을 만들었다. 지난달 창간호를 시작으로 이번달 2호까지 발행됐다.

마을신문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이 손수 8000부의 신문을 접어 주민들 집집마다 나눠줬다. 창간호 1면 머릿기사로 실린 창간사에서 허 씨는 소박하지만 큰 꿈을 그렸다.

“도시문화의 특징인 이웃과의 단절을 풀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허 씨 가족은 3년전 도안에 둥지를 틀었다. 도안에 아예 터를 잡고 살며 아이들을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한 이사였기 때문에 그의 고민은 컸다.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가 살기 좋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는 먼저 움직여 동네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딸아이 학교 운영위원을 맡아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부모모임도 하고, 다른 학교 운영위원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리더십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엄마·아빠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들 교육일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나중을 위해 행복을 뒤로 미루는 삶이 아닌, 바로 지금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떤 것도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죠. 이웃이 같은 뜻으로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예요.”

그래서 지난 5월 그는 도안 사람들을 잇는 마을신문을 직접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9명의 이웃들과 의기투합해 마을신문 창간을 위한 준비모임을 시작했고, 지난 9월 20일 주민 16명이 모여 창립총회도 열었다. 창간호에는 도안 중앙버스전용차로 폐지 문제부터 단지 입주자 대표 인터뷰, 도솔초등학교 학생들 목소리, 공동체에 대한 전문가 기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안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았다.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와 문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지난달 9일 창간호가 세상에 나온 후 마을신문의 회원은 50여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에 기대지 않고 십시일반 회원들의 힘으로 신문을 만드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도안마을신문은 우리 마을에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활동이지만 이웃마을, 더 나아가 세상에 열려 있는 신문이기도 해요. 더 많은 마을의 사람들이 마당에 나와 모여 얽히고 어울리길 바랍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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