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일순 교육문화팀장

한국인의 행복지수와 삶의 만족도는 왜 이리 낮을까.

우리나라 성인들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조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돼 익숙하지만 최근에는 아동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 역시 처참한 수준을 보여 충격파를 안겼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400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삶의 만족도는 아동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수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척도다.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와 연관성이 큰 항목으로는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방임’, ‘사이버 폭력’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험과 숙제, 성적 등 학업에 대한 압박감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연합 아동기금(UNICEF)의 행복지수 모델을 적용해 측정한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수준도 참담했다.

방정환재단에서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UNICEF의 행복지수 모델을 적용해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주관적 행복도’가 100점 만점에 72.5점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개인의 행복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UNICEF 행복지수는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행동과 생활양식’, ‘주관적 행복’ 등 6가지 영역으로 나눠 측정한다.

우리나라 아동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정기적인 취미활동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NICEF에서 개발한 아동결핍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 아동은 53.3%를 기록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아동결핍지수는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소유상태와 각종 기회 충족 여부 등을 14개 항목으로 나눠 측정하는데 우리나라 아동은 여가활동과 여가를 향유하는 인프라와 관련된 항목에서 결여수준이 높았다. 특히 음악과 스포츠, 동아리 활동 등에 대한 결핍률이 높아 학업 성적 등에 매몰돼 억눌린 기분을 풀고 발산할 수 있는 여가활동 시간이 다른 국가 아동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 성인의 낮은 행복지수 못지 않게 아동과 청소년의 삶의 질도 황폐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체감하는 삶의 만족도가 낮고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민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창한 정치적 아젠다나 구호 차원이 아닌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인 대책을 추진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행복지수를 끌어 올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초기에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국정과제를 선정,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포문을 열었지만 아직 피부에 와 닿지는 않고 있다.

분단상황 등을 고려한 안보나 경제적인 발전, 복지체계 확립 등 우선 순위에 있는 정책 못지 않게 국민 개개인의 행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행복’을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치부하기에는 각종 지표를 통해 나타나는 한국인의 행복지수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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