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77년 간행된 직지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그 문화적, 역사적 가치는 필설로 형용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발견된 하권 한 권만이 파리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수장되어 있다. 프랑스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여 보존에 극도의 세심함을 보이고 있다. 출간된 우리나라를 떠나 이역만리에 보관된 저간의 상황이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과 부침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제보가 들어와 검증결과 모두 영인본, 복사본으로 판명되었는데 이번에는 진본이라는 심증이 높다하니 크게 기대할 만하다. 충북에 거주하는 승려 한분이 자신의 스승이 직지 상·하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이를 공개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전언이다. 아쉬운 점은 이 승려가 설득을 마치고 보관자라는 스승과 함께 진품을 공개하였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직지의 가치를 볼 때 어떤 방식으로든 공개되어 우리문화의 수월성이 만천하에 확인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직지 상·하권이 발견, 공개된다면 유럽의 구텐베르크로 시작되는 금속활자, 근대인쇄의 역사를 새롭게 고쳐 쓸 근거를 확보할 수 있고 서양 중심, 승리자 위주의 역사기술 평가에도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청주시는 2006년 직지찾기운동 지원사업 운영조례를 제정하며 직지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런 국가적인 사안이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국가차원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이런 희귀한 문화재 발굴, 현양에 매진하기 바란다. 문화융성, 문화입국을 외치면서도 외형적인 행사나 소액다건중심 사업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본질적인 문화기반 조성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지금의 문화정책에 일대 전환이 요구된다.

직지가 어디 청주시, 충북도만의 보물인가. 정부당국의 성의 있는 지원과 국가차원의 관심이 그래서 필요하다. 이번 제보가 사실로 판명되어 직지 상·하권이 빛을 보는 동시에 세계문화사를 쇄신할 계기를 이루려면 보다 뜨거운 국민적 관심과 당국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울러 프랑스가 가져간 직지 하권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환수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기대한다. 직지 상·하권 발굴과 함께 청주가 명실상부한 교육, 문화도시로 위상을 굳힐 여러 구체적 방안도 진지하게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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