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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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周)나라 강태공이 10년 동안 위수에 낚싯대를 드리웠던 이유쯤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마침내 적공(積功) 끝에 시운(時運)을 낚아 올렸고 문왕, 무왕, 성왕 3대 국왕의 국사로서 천하의 경륜을 펼칠 수 있었다. 하물며 대권이야말로 오죽할까. 유가에서는 천자(天子)의 권력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로 천명(天命), 즉 하늘의 부름을 꼽았다.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급부상한 '반기문 대세론'을 그런 기준에서 보자. 지금까지 그의 관운(官運)은 무척 좋았다. 충청도 시골 출신인 그가 1962년 충주고 재학 시절 영어 웅변대회에서 입상해 미국을 방문, 백악관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접견한 이후 외교관의 꿈을 다졌고 끝내 실현시켰다.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차기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잠룡으로 떠오른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유엔 사무총장직에 도전하는 꿈을 펼친 사람은 원래 홍석현 전 주미 대사이었다. 그가 국제사회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지지세를 일구어 가던 무렵,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이 불거져 나와 그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시 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로 공식 후보가 낙점되는 과정을 보면 자연스럽고도 절묘한 큰 줄기의 '물 흐름'을 연상케 한다.

그의 온화하면서도 치밀한 성품 그 자체에서 힘입은 바 크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한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 분쟁 조정자'로서의 명성을 국제적으로 이미 공인받은 터다. 그의 네임 밸류는 한둘 아니다. 불안한 동북아의 기류에서 통일 한국으로 가는 길을 여는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다. 그의 중도성향의 인품 및 리더십 또한 정치적 자산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념·계층·지역 간 숱한 갈등 속에 파묻힌 오늘날 한국사회의 폐해를 치유할 수 있는 요인이다.

문제는 그가 과연 대권에 대한 권력의지가 있느냐이다. '대통령 해먹기 어렵다'는 한국의 정치판에 뛰어들 용기가 있느냐는 근원적인 물음이 쏟아진다. 어느 지인이 묻는다. "반기문이란 말은 '반기면' 온다는 뜻"이라고… 여든 야든 '반갑게 맞이하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돈다.

'충청권 대망론'과 맞물려 향후 정국을 유심히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게 드러난다.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는 여권, 특히 친박 인사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감지된다. 야당에서도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차하면 차기 대권주자로 그를 영입할 태세다.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반 총장과의 권력 분점 차원으로 보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간 '충청권 대망론'의 중심에 섰던 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등과는 충청인들에게 다가서는 감도가 다르다. 보다 신사적인 이미지, 임팩트한 글로벌 리더십에서다. 외국에서도 총장을 역임한 이후 대권을 차지하는 사례가 결코 낯설지 않다.

하늘의 뜻(천심)은 바로 민심, 즉 시운(時運)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우선 정치권의 역학관계, 민심에 담긴 시대정신,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이슈 창출능력 및 본인의 의지가 어떤 폭발력을 가질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역대 제3후보처럼 민심의 핵으로 부각되다가 어느날 슬그머니 사라질 것인가, 차분하게 지켜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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