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사회교육부장

참으로 안타깝다. 이른바 '청주대 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수(漢水=한강) 이남 최고의 명문 사학을 자부하던 청주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청주대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진단은 대부분 하나로 응집된다. "예견된 결과"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김윤배 총장이 문제'라는 것이다.

15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있는 김 총장이 대학을 사유화, 사적 전유물로 운영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때문에 청주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은 "김윤배 총장의 사퇴만이 유일한 학교 정상화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총학생회는 '수업거부'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청주대 노조도 학생들의 수업거부에 파업으로 동참할 태세다. 총학생회와 노조가 수업거부와 파업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김 총장 사퇴와 관선이사 파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다음달 3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거부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총학생회는 찬성이 과반을 넘으면 다음 날인 4일부터 수업거부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규모 유급사태 등을 우려해 재학생 1만 2000여명 가운데 3분의 2이상의 투표 참여를 개표 조건으로 내걸었다.

총학 측은 지난 23일 단과대 건물과 대학 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다음달 3일부터 수업거부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유지상 총학생회 회장은 "김 총장이 퇴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학교의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김 총장이 시간끌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업 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학생들의 진정성을 김 총장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으로 촉발된 청주대 사태가 두 달 여 만에 중대 기로에 섰다. 총장 퇴진을 위한 천막농성, 국정감사와 교육부 항의 방문, 총동문회 중재에 이르기까지 대학 구성원들의 노력이 허사가 되자, 총학생회가 수업거부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수업거부에 나설 경우 학내 분규로 인한 피해를 학생들만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수업거부가 결의되면 학사 일정의 장기 파행은 물론 학생 유급 사태 등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수업거부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학생들로서도 수업거부는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수업거부는 자칫 총장 퇴진 명분까지 잃을 수 있다. 김 총장도 비대위와의 면담과정에서 폭력사태 운운하며 더 이상 학생들과 대화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김 총장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시간끌기로 모면하겠다는 얄팍한 발상에 불과하다.

돌이켜 보면 청주대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김 총장의 책임이 너무나 크다. 총장이 사퇴하면 재단 이사장직은 보장하겠다는 비대위 중재안을 거부하고 대화까지 단절한 것은 김 총장이 아닌가. 대화조차 거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대화를 거부하면 모든 명분을 잃게 된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지금 김 총장은 사면초가다. 대화를 해야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대화 없이는 청주대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김 총장은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청주대가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