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경제팀장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원하든 원치않든 수많은 희노애락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희노애락은 평생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희미해지고 서서히 기억에서 지워져 간다. 어떤 일이나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의미의 망각(忘却)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망각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우리 뇌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쁘고 즐거운 기억이야 상관이 없겠지만 슬프고 화가 나는 기억이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뇌는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적절한 시기에 맞춰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보면 오히려 망각이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는 듯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1994년 10월 21일은 성수대교가 붕괴해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이듬해 6월에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해 무려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 6명이 실종되는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했다.

이 두 사건은 설계와 시공 등 총체적인 부실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직후인 1995년 7월 재난관리법을 신설해 재난관리체계를 법제화했고 지방자치단체 재난업무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역시 경찰조사에서 용접불량과 앵커볼트 미고정 등 일부 부실시공이 확인되고 있다.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고 다시는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중요한 교훈을 망각한 우리사회는 같은 재난을 되풀이하고 만 것이다.

이보다 앞선 1993년에는 전북 부안군 위도 해상에서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고 각종 대책들이 논의됐지만 올 4월에 또다시 세월호가 침몰해 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 당시 서해훼리호의 경우 9개의 구명정 중 7개가 작동되지 않아 희생을 키웠었는데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역시 구명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형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에 대한 대책이 나왔지만 그 때뿐이었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정작 중요한 원칙과 기본들은 망각돼 왔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을 망각하면 어떤 피해가 다시 돌아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몇년, 혹은 몇십년 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서해훼리호, 세월호 같은 끔찍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만 커다란 재앙을 막을 수 있고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그 피해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우리사회의 안정적인 존속을 위해 적어도 안전에 대한 원칙과 기본만큼은 망각되지 않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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