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행운 을지대 대학원장

일전에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사분과 인사를 나누던 중, 그 분이 유명한 조미료 회사에서 전무까지 지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그분이 특이하게도 인도네시아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점과, 화학조미료로 알려진 미원의 원료가 열대지방의 사탕수수에서 추출된다는 점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미원이라는 상품명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조미료의 핵심성분인 'MSG'는 글루탐산일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의 약어이다. MSG는 사탕수수를 가지고 미생물발효를 통해 글루탐산을 추출하여 소금을 붙인 결정상태의 물질이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맛이 없으나, 물에 잘 녹아서 음식이 가진 원래의 맛을 더 좋게 만든다.

우리 몸의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에는 신맛, 단맛, 짠맛, 쓴맛이 있다.

이 4가지 맛 외에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칠맛(umami)이다. 이 감칠맛을 내는 중요한 성분이 바로 MSG인 것이다. 더불어 천연 MSG를 함유한 식재료로는 우유, 육류, 생선, 버섯, 해산물 등이 있다. MSG와 감칠맛을 발견하게 된 데에는 한 연구자의 고귀한 의도가 숨어있다. 옛날에는 주로 귀족들이나 먹을 수 있었던 고기에만 MSG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음식을 섭취하며 영양과 맛을 충족하는데 반해, 일반 서민들은 영양가도 없는데다 맛조차 없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일본 동경대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가 1908년 MSG를 합성하여 조미료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천연과 합성 MSG는 똑같으며 이에 따른 작용도 같다. 따라서 MSG는 적당히만 사용하면 서민들의 보잘 것 없는 음식을 귀족들이 섭취하는 음식의 맛으로 변모시켜 줬다.

특히 MSG는 주로 육식을 하는 서양에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채식 위주인 동양에서는 식생활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저렴한 비용으로 뛰어난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가 '천연'이라고 하면 좋고, '화학'이라고 하면 나쁜 것 이라는 인식이다. 특히 화학조미료라 하면 뭔가 나쁘다는 느낌이 있어서인지, MSG를 둘러싸고 수십 년 간 끊임없는 유해성 논쟁이 있었다.

사실 화학조미료의 원료는 석유나 플라스틱에서 뽑아낸 것이 아니고, 천연재료인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것이기에 화학이라는 이름은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화학조미료가 아니라 추출조미료라 해야 옳지 않을까? 설탕은 똑같은 사탕수수에서 공업적으로 뽑아내는데도 화학설탕이라고 하지 않는데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식품의약국 (FDA)에서도 화학조미료 MSG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이미 수년 전에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현재 MSG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왜 MSG 논란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아마도 MSG를 너무 많이 첨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싸구려 나쁜 식재료를 가지고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MSG를 과다하게 첨가하기 때문이다.

과다한 MSG는 뇌에서 두통이나 무기력증, 감각이상 작용 등을 일으킨다. MSG 뿐만 아니라 무엇인들 과다하게 먹어서 좋은 것이 있겠는가? 더 이상 천연조미료가 좋고 화학조미료는 나쁘다는 둥 왈가왈부 하지 말자. 오히려 정직하게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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