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카소의 ‘푸른방’.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피카소와 천재화가들’ 특별전에는 피카소를 비롯해 마네, 모네, 드가, 반 고흐, 잭슨 폴록 등 서양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전시됐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가장 주목한 작품은 그림 속 숨겨진 초상화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피카소의 ‘푸른방’이다.

피카소의 ‘푸른방’은 피카소의 청색시대 회화로 화실에서 목욕하고 있는 여성을 그린 작품이다.

미국 워싱턴DC의 필립스컬렉션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을 분석한 결과 그림 표면 밑에서 나비넥타이를 맨 남성이 그려진 것이 확인됐다. 피카소가 이미 완성했던 초상화 위에 또 다른 그림을 덧그린 것으로 그림 속 남성은 턱수염이 있고 재킷에 나비넥타이 차림을 하고 있다. 또 손가락에는 세 개의 반지를 끼고 있다.

피카소가 이렇게 작품 위에 또 다른 작품을 그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시 캔버스를 살 돈이 없었던 그의 경제적 상황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수전 프랭크 필립스컬렉션 큐레이터는 “피카소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새로운 캔버스를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면서 "그래서 그는 비싼 캔버스 대신 때로는 판지 위에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작품은 사실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이지 못할뻔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화제를 모았다.

숨겨진 초상화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전시 개막 바로 전에 확정됐고 전시 준비는 지난해부터 들어갔기 때문에 필립스컬렉션과 시립미술관 양측 모두 작품의 화제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것이다.

실제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지난해 초부터 기획했고 전시작품을 최종적으로 한국에 들여오기 전까지 무려 20번이 넘게 목록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작품 속 숨겨진 초상화를 발견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피카소의 '푸른방'이 처음에는 전시 목록에 들어갔지만 이후 빠졌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추가됐다. 시립미술관 측에서 필립스컬렉션에 요구했던 작품목록 상위권에는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과 에드가 드가의 '스트레칭하는 무용수들' 등이 올랐고, '푸른방'은 후순위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작품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공개됐지만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은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파리의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일 가능성을 유력하게 제기해왔다. 볼라르는 피카소의 첫 전시회를 열어 준 인물로 피카소, 세잔 등의 작품을 주로 다뤘던 미술상이다.

하지만 특별전 준비를 위해 방한했던 수잔 프랭크 미국 필립스컬렉션 수석큐레이터가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해 초상화 주인공 찾기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그는 “볼라르는 초상화의 주인공처럼 반지를 끼지 않았고 두상을 보더라도 볼라르가 아니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면서 “이에 대한 연구작업은 계속 진행할 것이지만 그 주인공을 끝내 밝혀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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