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시철 기종 도입 거부땐
수천억 투입된 기술 사장 우려
늦어도 12월 중 건설방식 확정
日·中, 세계시장 진출 ‘초읽기’

수천억원의 기술개발비가 투입된 자기부상열차의 해외 시장 진출 등 사업화 궤도 진입 여부가 중대 기로에 섰다. 도시철도2호선 건설방식 선정을 앞두고 있는 대전시가 자기부상열차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에는 25년 동안 연인원 수백명과 수천억원이 투입돼 개발된 기술이 쓰이지도 못한 채 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지난 8~9월 4차례의 전문가회의를 거쳐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와 트램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쳤으며, 오는 27일에는 타운홀 미팅(공론방식)을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결국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택만 남은 상황으로 이르면 내달 초, 늦어도 12월 중에는 건설방식이 확정될 것이라는 게 대전시 담당자의 전언이다.

1989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한 한국기계연구원은 대전시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기부상열차의 개발에는 지난 25년간 연구개발비 1000억여원과 상용화를 위한 시범사업 3000억여원 등 모두 4149억원이 투입됐다.

연구개발에만 연인원 200명이 넘는 연구인력이 매달렸다. 그러나 기술력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기계연의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상용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키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정부 69%, 인천시 6%, 인천국제공항공사 25%)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6.1㎞)를 건설했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당초 예정보다 1년 넘도록 개통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지난해 4월 시설물 검증시험을 마치고 같은 해 6월 개통될 예정됐지만, 벌써 수차례 연기되면서 올해 안에 개통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부상열차가 개발된 지역인 대전시마저 도입을 거부한다면 기계연에게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한 다른 나라의 빠른 성장도 기계연의 위기의식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일본이 2005년 상용화에 성공했고,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늦은 2001년 연구를 시작한 중국이 불과 13년 만에 자기부상열차를 적용한 도시철도를 건설 중에 있다.

결국 대전시의 포기로 기계연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가 늦어진다면, 일본이나 중국이 세계 자기부상열차 시장을 선점하게 돼 갈 곳이 없게 된다는 분석이다.

기계연 관계자는 “자기부상열차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바이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상용화인데 정작 국내에서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런 이유로 대전시의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결정 여부가 중대 고비”라고 말했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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