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진섭 경제1팀장

“밤새 안녕하십니까.”

어찌보면 참 서글픈 인사인데 작금의 한국 사회를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인사는 없는 듯 싶다. 힘겹게 달려온 2014년 한 해도 이제 두 장의 달력만 더 뜯어 내고 나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겠지만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올 한해는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 자고 일어났더니 리조트 강당이 붕괴되고 자고 있어났더니 여객선이 침몰해 수많은 청춘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어디 그 뿐인가.

자고 일어났더니 지하철이 추돌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총기를 난사하고 자고일어났더니 대형 화재가 발생해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참사로 운명을 달리한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전에 또 자고 일어나보니 이제는 공연을 관람하던 사람들마저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숨지고 말았다.

이처럼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또 국민들도 대형 참사를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복지 논쟁이나 정치 투쟁 등으로 국력이 낭비되는 사이 우리들 주변에서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더욱이 안타까운 대형 참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에 발생했던 사고와 닮은 점들이 많은데 어찌하여 유사한 대형 참사들이 반복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사고 발생 후 대응하는 모습까지도 판박이다. 이는 사고의 재발 방지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자체를 빨리 덮어 ‘망각’ 속으로 밀어넣으려는 수작(酬酌)이 불러온 결과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형 참사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정치적 논리로 모든 책임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 전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남 탓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건사고 앞에서 우리가 정작 생각해야 할 문제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대형 참사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문제 해결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보여주기식 대책방안이나 순간의 위기만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속임수는 또다른 대형 참사를 불러오는 지름길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주변에서도 이런 황당한 대형 참사들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 없는 까닭이다.

‘밤새 안녕’이 당연해야 하는데도 ‘밤새 안녕’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오늘이 참으로 슬프다.

“여러분! 밤새 안녕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전에 빨간불이 켜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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