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영수 충남도 농업기술원장

10월 23은 24절기 가운데 열여덟째에 해당하는 상강(霜降)으로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밤의 기온이 낮아져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되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얼음이 얼기도 한다.

이 시기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계절이며 활동하기 좋은 시기로 국화주를 마시며 단풍구경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농부들에게는 길고 힘든 한해 농사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시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는 태풍 등 자연재해나 문제가 될 만한 병해충이 거의 없었고 농업인들도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 벼를 비롯 오곡백과가 작황이 좋아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됐다. 말 그대로 풍년이 들었는데 이렇게 풍년이 들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농업인들은 풍년의 기쁨보다 또 다른 걱정을 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농산물은 수요의 탄력성이 낮아 조금만 과잉되어도 시장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되는 특성이 있다. 반면 조금 부족하게 되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지만 그럴 경우 일반적으로 외국농산물을 수입하여 시장에서의 수급을 맞추게 되니 농업인들의 소득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특히 올해는 AI 등 가축질병, 세월호사고, 지방선거 등으로 인한 농산물 소비는 위축되고 각종 농작물의 작황이 좋아 봄부터 여름까지는 배추와 양파 등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수확기인 요즘에는 쌀은 물론 사과와 배 등 과일까지 가격이 하락돼 그 어느 해 보다도 농민들의 마음고생이 심한 한해다. 우리 모두의 뿌리인 농업과 농촌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농업과 농촌 문제의 해결은 농업 내부의 노력만으로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농산물은 대부분이 전 국민이 소비하는 식품이기 때문에 모든 소비자의 선택과 성원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 농업에 활력이 생긴다. 건강한 소비의식은 농업문제의 해결과도 관련되지만 나아가 가족의 건강과 알뜰한 소비생활에도 직결된다. 특히 올해 같은 풍년에 우리 땅에서 제철에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상품의 품질과 안전성이 높은 상품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된다.

풍년이라는 것은 농작물이 좋은 기상조건 하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뜻은 맛도 좋고 향기도 풍부하며 영양소가 듬뿍 함유 된 우수식품이 많이 생산됐다는 의미이다. 기상조건이 좋으면 농작물이 강건하게 자라게 되고 그러면 병해충 발생도 적어지게 돼 농약 사용이나 화학비료 사용도 크게 줄게 되니 식품 안전성도 크게 향상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수입농산물은 어차피 신선도가 떨어지고 유통기간이 길어 별도의 저장처리가 필요해 안전성이 낮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전국 11개 도시 1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입농산물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의 대부분 응답자가 ‘안정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79.4%)’라고 했으며 이밖에도 ‘맛이 안 좋아서(10.8%)’, ‘신선도가 떨어져서(6.0%)’라고 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오렌지, 체리, 망고, 바나나와 같은 과실의 수입은 증가하고 있고, 우리의 사과와 배 등 국내 과일의 소비는 감소 추세에 있어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값싼 수입과일이 국산과일을 대체할 경우 우리 농민들에게는 어려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어 참으로 안타까움이 크다. 수확의 계절, 풍년을 맞은 농업, 이제 우리 소비자들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어떤 농산물을 선택할 것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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