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힘들 때 받았던 도움 덕에 봉사와 나눔에 눈 뜨게 돼
학생 급식비 등 각종 후원...장애인 분야까지 나눔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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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 활동은 절대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일이 아닙니다.”

대전 대덕구 오정동과 유성구 노은동에서 유통 도소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두리유통 최영환 대표(50·사진)는 연신 취재를 거부했다. 자신의 봉사활동을 칭찬하는 주변의 시선이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최 대표는 “얼마 도와준 것도 없다”며 겸양의 말을 하지만 사실 그가 베푼 ‘정(情)’의 온도는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최 대표가 온정어린 활동을 시작한 것은 엄혹했던 1990년대 IMF무렵부터다.

1997년 비싼 수술비 탓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던 한 수영선수를 도운 것이 본격적인 봉사의 계기가 됐다. 당시 최 대표는 기사를 통해 충남 온양의 한 어린 수영선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선뜻 100만원을 수술비로 전했다.

육상특기생이던 학창시절 각종 부상에 시달리던 과거의 기억 탓이었을까, 최 대표는 이후에도 이 수영선수가 대학졸업 후 사회에 정착할 때까지 매달 일정 금액의 후원금을 보냈다.

한번 그의 마음에 뿌리 내린 온정이 씨앗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점차 커져갔다. 최 대표는 대전체육고등학교 골프선수들을 위한 후원에 나서는 한편 끼니를 거르는 중학교 학생을 위한 급식비 지원에도 나섰다.

요즘에는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장으로서 장애인 분야에까지 따뜻한 발걸음을 확대하고 있다. 장애아인 자신의 딸에게 조금 더 좋은 생활을 선사하기 위한 활동이기도 하다.

이런 왕성한 봉사활동이 최 대표에 대한 주변의 칭찬을 이끌어내는 상황이지만 그는 “그저 남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 뿐”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어린시절부터 현재 유통업계에서 자리잡기까지 수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왔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

최 대표는 인생의 굴곡 때마다 받은 ‘생판 남’의 도움 덕에 봉사에 눈을 뜰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체육특기생이었지만 정작 별다른 소득 없이 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다가온 취업의 기회는 그저 학창시절 자주가던 만두집 사장님으로부터 비롯됐다.

1994년 당시 일하던 점포가 인수당하며 실업자가 됐을 때도 그저 인사만 주고받던 이웃점포 사장님이 사업자금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잘 모르는 남에게 도움을 받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최 대표는 자신이 가진 부채의식과 앞으로도 기부 등 활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담담하게 밝혔다.

최 대표는 “평생모은 재산을 기부하는 이도 많은데, 내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작으나마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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