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 우
정치팀장

기대와 우려. 새로움과 선택에 따라다니는 단어다. 하다못해 볼펜 하나를 사도 새 제품이면 약간의 기대와 우려를 가지기 마련 아닌가.하물며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입성한 권선택 대전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시장 취임 100일이 후딱 지나갔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혼돈의 시기였다. 권 시장의 민선 6기 출범은 여러 측면에서 많은 기대와 의미를 품었다. 정치적으로는 민선 이후 처음으로 야권 인사가 당선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지역 정치 구도로는 시장 자리를 놓고 염홍철 전 대전시장과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주고받던 식상(?)한 모습을 벗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는 점 역시 신선했다. 또 그가 선거기간 중 강조했고, 취임 후 시정의 모토처럼 삼은 ‘소통과 경청’은 시대흐름과 제법 어울리는 듯 했다. 여기에 더한다면 정통 행정가 출신에 재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권 시장의 경력이었다. ‘안정적인 시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시정참여 제도화(시민 행복위원회, 명예시장제)나 열린시정 구현(현장시장실, 권선택 사랑방 경청회), 전국 최초 공기업 인사청문간담회 실시 등은 권 시장이 강조해 온 경청과 소통을 실천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을 만 하다.

아쉽게도 권 시장을 지켜보는 재미는 이 정도가 끝이다. 민선 6기 100일의 행적 곳곳에선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돌출됐다.

우선 인사 문제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취임 이후 사실상 첫 인사였던 여성 부시장 임명에 대해선 여전히 말이 많다. 물론 권 시장의 공약이 여성부시장이었고, 이를 이행했다는 점에선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왜 백춘희 씨를 정무부시장으로 낙점을 했는지에 대해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답변이 부족했다. 지난 7월 백 부시장은 취임사에서 “엄마의 꼼꼼함과 따뜻함으로 현장 구석구석을 살피겠다”며 여성·복지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정무(政務)’라는 말에는 백 부시장이 말한 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까지 포함된다. 백 부시장이 임명된 후 ‘정무’로서 뚜렷하게 행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8월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 내정과 인사청문간담회, 임명 과정에서도 울퉁불퉁한 모습만 노출시켰다. 특히 인사청문간담회에서 보여준 박 사장 내정자의 발언은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부동산 시장 등 대내외적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한 위원의 질문에 그는 "북괴가 언제 스커드미사일을 떨어뜨릴지 모르는 상황인데 건설업계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 아파트 1층과 지하층의 천장만큼은 정말 두껍게 만들겠다"며 동문서답을 답했기 때문이다. 공병대 출신다운 답변이지만, 업무 이해도나 전문성에 대해선 간담회 위원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권 시장은 간담회 다음날 박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2차례의 인사에선 권 시장 스스로 강조해온 ‘소통이나 경청’의 모습은 부족했다. 결국 백 부시장과 박 사장을 바라보는 시민의 눈에 색안경을 씌워준 사람은 권 시장이란 생각도 든다.

여기에 지방선거 당시 권 시장 캠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권 시장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 전체를 움츠려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탓이던지 남의 탓이던지를 떠나 대전시정 발전 차원에선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다면 이제 100일이 지났다는 것이다. 권 시장에겐 3년 9개월가량의 임기가 남아있다. 시민에게 우려를 보탤 것인지, 그래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희망을 줄 것인지는 오로지 그의 몫이다. 권 시장은 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하루빨리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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