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대축제]
올해첫 진행된 아줌마 패션쇼
28명 참가 일상복·한복 심사

▲ 아줌마대축제 마지막 날인 12일 대전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아줌마패션쇼에서 아줌마 참가자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런웨이에서 워킹을 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결혼식 이후 이렇게 진한 화장은 처음이에요. 어때요? 이렇게 단장하고 걸치니까 정말 모델 같지 않아요?”

짙은 화장에 손수 만든 의상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아줌마들의 모습이 축제를 빛냈다. 12일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린 12번째 아줌마대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행사는 ‘아줌마패션쇼(Miz Festival)’ 였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아줌마패션쇼는 전문 모델이 아닌 대한민국 최고의 아줌마 모델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행사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훈련과정에서부터 평가에 들어갔고, 메이크업과 워킹, 인기도 등도 평가 대상이었다.

의상은 일상복과 한복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됐고, 분야별 점수를 합계해 등수를 매겨 140만원 상당의 농산품상품권을 시상했다.

28명의 패션쇼 참가 아줌마들은 대전 대덕대학교 모델학과 학생들에게 3일간 워킹 하는 법도 배웠다.나머지 화장과 의상, 연출 등은 모두 아줌마들의 몫이었다.

연습 일정은 짧았지만 아줌마들이 패션쇼를 통해 느낀 것은 그 이상이었다. 집에서 밥, 빨래만 하던 가정주부가 화장을 하고 스타일 있는 옷을 걸쳐 입고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 밖으로 나서는 일과 같았다.

대부분이 40~50대인 아줌마 참가자들은 런웨이를 걷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또 하나의 자아를 발견했다. 한복에 매력을 느껴 참가하게 됐다는 조효순(50대) 씨는 “화장이나 의상, 워킹 등이 다 낯설었지만 무대에 서는 순간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며 “주부에 앞서 나도 여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시상을 앞두고 유진박은 경쾌하고 빠른 비트의 전자 바이올린 공연으로 패션쇼가 열리는 가을하늘 밤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아줌마대축제는 아줌마들의 끼와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축제이기도 했지만 아줌마들이 여성이라는 성적 정체성을 다시 찾는 자리이기도 했다.

주변의 평범한 아줌마들이 런웨이를 걷는 순간만큼은 등수를 떠나 모두가 아름다운 모델이었다.

원승일 기자 w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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