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가 생활이 된 백창훈·안영신 부부
안경 매장 운영하며 어려운 노인들에 무료로 안경 제공
아내는 공예작품 판매 수익금 복지관 학생들 학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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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빠듯하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올 만큼 서민 경제가 힘겹기만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나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본다는 생각은 그저 허상일 뿐이다. 그러나 ‘봉사’야 말로 이웃과 소통하고 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는 행복한 일임을 세상에 알리고 있는 젊은 부부가 있어 그 아름다운 사연을 들여다봤다.

대전 유성에서 안경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훈(41·K-glass 유성궁동점 대표 ) 씨는 10여년 전 안경점을 오픈할 당시 한 지인의 소개로 노인요양원과 인연을 맺게 됐다. 백 씨는 노안으로 인해 사물을 제대로 구별할 수 없음에도 몇 푼되지 않는 돈이 없어 돋보기를 맞추지 못한 채 흐릿한 시선으로 생활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수술을 받을 수는 없지만 돋보기만 착용해도 더 밝게 세상을 볼 수 있을텐데 가슴이 아팠죠.”

백 씨는 그날 이후 뜻이 통하는 안경사협회 회원들과 함께 무료로 안경을 제작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단순히 돋보기를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시력 측정과 취향에 맞는 안경 제작은 물론, 에프터서비스까지 무엇 하나 소홀함이 없이 어르신들이 선명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어르신들이 처음 안경을 착용하고 함박웃음을 지을때의 모습이 아직도 선해요. 그때 알았어요. 사랑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요.”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던가. 백 씨의 아내 안영신(39) 씨 역시 ‘봉사’의 내공이 쌓인 평범하지 않은 주부다.

리본공예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안 씨는 수작업한 작품들을 벼룩시장에 내다 팔아 약간의 수익금을 올리고 있지만 생활비로는 한푼도 내놓지 못한다. 벌써 5년째 수익금 전액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아이를 출산한 후 우울증 증세가 있었어요. 그래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리본공예를 접하게 됐는데 지금은 작품을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가 됐죠.”

‘풍족하지 않은 살림에 조금은 보탬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판해하기 시작했다는 안 씨는 자신이 정성들여 만든 작품이 조금더 의미있는 일에 쓰여지면 어떨까 고민하다 대전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후원하고 있는 한부모가정 자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얼마나 안타까워요. 배우고 싶어도 형편이 되지 않아 배우지 못한다는 현실이. 그래서 아이들이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조금씩 후원을 하게 됐어요.”

특히 안 씨는 금전적인 도움 뿐 아니라 방학기간에는 리본공예 기술을 복지관 아이들에게 전파하는 ‘재능기부’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안 씨는 후원하는 아이들이 매월 보내는 감사편지는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편지를 읽다보면 자꾸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파요. 또 얼마되지 않는 후원금을 내면서 생색내는 것 같아 일부러 편지는 거절하고 있어요.” 남편은 어르신들을 위해,

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댓가 없는 사랑을 전하고 있는 이들 부부에게 이제 ‘봉사’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이들 부부는 조금 부족하게 살아도 남들과 함께 웃을 수 있으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한다.

백창훈·안영신 부부는 “누군가에게 우리의 일상이 소개된다고 생각하니 쑥스럽고 부끄럽다”며 “지금도 ‘봉사’라는 생각보다는 이웃과 소통한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이 마음이 변치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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