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본사 명예회장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두자로 줄여서 말하게 하는 시합을 하면 충청도 사람이 이긴다. "갔슈."

또 '춤 한번 추실래요?'를 두자로 줄이는 것도 충청도 사람은 단번에 이긴다. "출겨?"

이런 충청도만의 특별한 사투리가 사람들을 잘 웃겨 유난히 충청도 출신 코미디언들이 많다. 요즘 KBS 인기프로 '개그콘서트'에서 활약 중인 이상민, 이상호 쌍둥이가 대전출신인 것을 비롯해 최양락, 이경래, 이영자, 임하룡, 뽀빠이 이상용, 서경석, 남희석, 배우이지만 코미디언역을 잘하는 최주봉, 전영미 등등 끝이 없다.

한 통계에 의하며 코미디언의 40% 상당이 충청도 출신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왜 그럴까? 표정도 별로 없이 느리면서도 짧은 사투리가 보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요즘 들어 충청도 사투리에 대한 연구를 비롯 충청도를 이야기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발표된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지난해 7월말 충청권 인구가 처음으로 호남권을 앞지르면서 가열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보다 6656명이 더 많은 역전현상을 보였는데 그 후 계속 격차가 벌어졌다. 이제는 영·호남이 아니라 영·충·호남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충청인의 기질을 나타내는 사투리가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됐시유"다. 긍정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자칫 그렇게 받아들였다간 망신을 당하기 쉽다. 그래서 진짜 긍정적인 "됐시유"인지 부정적인 "됐시유"인지 구분하려면 말하는 사람의 눈을 봐야 한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하면서 '됐시유'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고 눈을 마주보고 하면 '좋다'는 공감의 표현이다.

이런 애매모호한 사투리의 표현이 최근의 선거에서도 나타났다.

6·4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시·도지사를 석권해 버렸다. 특히 새누리당에다 기존의 텃밭 정당인 선진당이 합당을 했으니 충청도는 산술적으로 "됐시유"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 그런데 이번 7·30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여당에 "됐시유"하고 눈을 맞췄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5년 JP의 자민련이 충청도 '핫바지 바람'을 타고 지방선거, 총선거 모두 석권했다. 막대기만 꽂아도 자민련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고 할 정도로 '핫바지'로 상처 입은 충청인의 자존심이 용틀임을 한 것. 그렇게 "됐시유" 애정을 보냈던 자민련이지만 그 다음 2000년 총선에서는 JP의 자민련이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만큼 몰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2004년 총선에서 JP는 그렇게 소원했던 10선 달성도 실패로 끝났다. DJ와 JP사이에 벌어진 정치형태가 충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다. 말은 "됐시유"했지만 시선은 돌려버린 것이다.

이처럼 충청도 사람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무섭게 폭발한다. 일제 식민지하에서 충청도에 의병이 제일 많이 일어나고 애국열사가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영·충·호남 시대를 맞아 충청도 자존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동안 한국 정치 세력의 '변수' 역할만 하던 충청도가 이제는 '상수' 역할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이제 인구면에서도 호남을 앞지르는 만큼 정치의 무대에서 주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캐스팅보트' 역할…. 이 말은 지금부터는 충청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제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 동안 충청도에서 대권 잠룡(潛龍)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수면으로 부상할 때가 된 것이다. 잠룡은 새누리당에도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에도 있다. 충남에도 있고 대전에도 있으며 충북에도 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 하지만 또한 대통령은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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