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천재 화가들]
폴 세잔 ‘생 빅투아르 산’

▲ 폴 세잔 / 생 빅투아르 산 / 1886-87년 / 캔버스에 유채 / 59.7×72.4cm

폴 세잔은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생 빅투아르 산'을 평생 사랑했다. 그는 다른 인상파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화구들을 직접 짊어지고 한 점의 걸작을 완성하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산에 오르면서 대상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추구했다.

이 시기의 세잔은 고전적 이상주의 개념의 사실적인 자연재현이나 인상주의의 빛과 색채에 의한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찾기 위해 몰두하게 된다.

세잔은 풍광이 펼쳐지는 실제의 모습을 시각적 감각으로 연결시키려 노력했으며, 결국 그는 자신의 가시범위 안의 개별적인 사실들을 전체 지형도 속에 조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것은 바로 “모든 자연현상은 원기둥, 구, 원뿔로 함축된다”라는 그의 말처럼 모든 자연을 기본적인 입방체로 파악하고 그 안에 내재된 조형적 질서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세잔의 이런 시도는 후일 입체주의의 모태가 됐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 작품은 입체주의로 가기 전 단계에서 그려진 것으로 후기 인상주의적 표현을 볼 수 있다.

그가 그린 생 빅투아르 산의 여러 가지 풍경들 중에서 이 작품은 화면 양옆에 배치된 소나무 사이에 보이는 낮은 평야와 계곡,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먼 산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화면은 다양한 색 면들로 구성돼 있는데, 전경의 진한 녹색 수목으로부터 원경의 산에 이르기까지 공간감이 두드러져 조형적인 탐구를 추구하면서도 풍경화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화면 속의 건물과 수목, 산과 하늘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 면들의 집적은 구체적인 대상의 묘사보다 조형적 일관성이 돋보여 시각적인 통일성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세잔이 그린 ‘생 빅투아르 산(Mont Saint-Victoire)’ 연작은 현재 유화 44점과 수채화 43점이 남아 있으며 “단 한 번도 나를 이끈 적이 없던 삶, 그러나 너무도 쉽게 나를 이끈 것은 바로 산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생 빅투아르 산’을 사랑한 세잔의 열정이 지금도 전해지는 것 같다.

<해설:김민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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