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이지호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

이응노미술관의 식구들은 내달 7~8일 예정된 두 가지의 국제행사 준비로 하루가 여삼초 같다. 하나는 이응노와 60년대 파리에서 예술적, 교육적, 정치적 동지였으며 세계미술사 속에 거장으로 자리매김 된 3인의 화가인 술라주, 아루퉁, 자아우기가 굴곡진 한국 현대사 속에서 파란만장한 예술가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그와 만나는 '앙포르멜 미술과 만나다'전 개막식이다.

술라주, 자아우기, 아루퉁은 동양적 예술 취향을 이응노와 공유했고 1964년 세르누시미술관장 엘리셔프와 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할 당시에는 발기인 명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렸다. 또한 1967년 이응노가 정치적 사건에 연류 됐을 때 그의 석방을 주장하는 해외 지식인 성명서에서 또다시 이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침내 50년 만에 이응노의 고향인 충청도의 이응노미술관에서 이들을 그림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두 번째는 이응노 화백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미국, 캐나다, 영국, 벨기에, 프랑스 등 세계 25개국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관계자 300여명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Museums and the Web Asia 컨퍼런스 2014’를 이응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Museums and the Web 컨퍼런스’는 1997년부터 시작돼 전 세계 1000여명의 전문가가 참가하고 있는 세계 최대 박물관·미술관 관련 테크놀로지 학회이다. 이 국제행사는 지역의 이응노미술관, KAIST가 공동 주최하고 대전마케팅공사가 협력 추진하는 행사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특히 뉴욕현대미술관(MoMA), 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구겐하임, 런던테이트모던, 루브르박물관, 스미소니언, 게티센터 등 세계 최고의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홍보담당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이 컨퍼런스에 참가할 예정이다. 특히 구글, 텀블러, 핀터레트스와 같은 최신 IT회사 관계자가 참가해 최신 기술 전시회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대전마케팅공사도 이번 컨퍼런스 개최를 통해 첨단과학문화의 메카로서 대전 도시브랜드의 가치 상승은 물론 1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응노미술관은 21세기에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문화창조산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또 21세기를 끌고 나갈 미술관의 중요한 개념이 ‘미래주의’적 방향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미술관 운영은 컬렉션 중심의 그림을 걸어 보여주는 20세기형의 보러 가는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러 가는 공간으로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래서 동대문 플라자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미술관은 관람객과 작가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어야 하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문화센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개념이야말로 미술관의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자 트렌드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테크놀러지가 있다.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의 예술세계를 세계미술과 비교하면서 새로운 미술관의 국제적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문화기관으로 글로벌 스탠다드 대전을 이끌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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