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경제팀장

몇해전 작고한 작가 박완서 씨의 산문집 ‘두부’를 읽으며 저자가 가졌던 사소한 궁금증에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작가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들이 많은 음식 중에서도 하필 두부를 먹는 풍습이 생겨났을까 하는 의문에 관해 이야기 한다.

작가는 죄를 짓고 감옥에 가면 소위 ‘콩밥 먹는다’는 표현에서 두부를 먹는 풍습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낸다. 두부는 콩으로 만들었지만 더이상 콩일 수 없고 한 번 콩에서 벗어난 두부는 다시 콩으로 돌아갈 수 없다.

죄를 짓고 감옥에 갔다왔지만 이젠 더이상 콩이 아닌 두부를 먹고 다시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의미라는 추측이었다.

물론 작가의 이같은 추측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일뿐 보다 현실적인 해석은 영양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감옥에서 영양부족을 겪었을 재소자들은 출소하자마자 그동안 먹지 못했던 기름진 음식과 고기를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화기관이 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먹게되면 소화에 문제가 생기게 되기 때문에 일단 두부를 먹여 포만감을 주고 급체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여기에 두부의 색이 하얀색이다보니 더이상 죄를 짓지 말고 밝은 앞날을 살아가라는 의미도 더해졌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사실 작가는 출소자들이 두부를 먹는 풍습 자체에 대한 궁금증보다 수많은 출소자들이 다 먹는 두부를 왜 감옥에 갔다오는 전직 대통령들은 먹지 않았는지를 더 궁금해 했다.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고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죄를 지은 전직 대통령들이 두부를 먹으며 반성하는 모습을 왜 볼 수 없었는지 의아해 했다.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배임 등의 혐의로 교도소를 다녀온 재벌총수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재벌총수들이 출소하는 장면에서는 휠체어와 마스크는 등장해도 좀처럼 두부는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출소자들이 먹는 두부는 참회와 반성의 의미를 갖는 것인데 전직 대통령들과 재벌총수들은 자신들이 지은 죄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사회는 배금주의와 ‘관피아’ 등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대형 인재가 잊을만하면 재발하고 있다. 씨프린스호가 침몰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도 우리사회는 진정한 참회와 반성이 담긴 제대로된 ‘두부’를 먹지 않았고 다시 세월호라는 국가적 재앙을 맞았다. 당시 제대로 원인을 찾아 처방하고 통렬하게 반성했더라면 어쩌면 세월호를 탔던 꽃같은 청춘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군부대내 가혹행위로 인한 각종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 땅의 많은 아버지들이 과거 군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군부대의 부조리한 모습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거나 스스로 방관했던 잘못을 반성했더라면 어쩌면 지금 우리의 아들들이 적군이 아닌 아군에 의해 희생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군부대내 가혹행위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자신도 가해자였거나 또는 피해자였더라도 마찬가지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두부 한 모를 사들고 들어가 반찬으로 먹으며 그동안 반성하지 못했던 일들을 반성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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