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정홍원 국무총리는 2013년 3월 세종시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했다. 그러니까 그는 세종시민이다. 정부는 세종시에 근무하는 총리를 위해 340억원을 들여 공관을 마련했다. 그런데 막상 총리가 공관에 머문 기간은 1주에 1번꼴에 불과하다. 1주에 1번 숙박을 위해 340억원을 투자했다면 누구나 '낭비'와 '비효율'을 지적할 것이다.

세종시에 사는 사람은 가끔 세종시 정부청사와 오송역 BRT도로에 경찰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분주한 것을 보게 된다. 총리가 서울에서 오는 날이다. 총리의 주거지가 세종시에 있는데 왜 총리가 서울에서 올까? 총리만 그런 게 아니다. 세종시에는 7개 부처 장관의 관사가 있다. 이들 관사는 거의 전세로 평균 2억원, 물론 국민 혈세로 지불됐다. 그러나 이들 장관이 관사에 머무는 기간은 총리와 비슷하거나 어떤 장관은 총리보다 더 심하다. 왜 그럴까? 역시 서울에 상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 머무는 것은 주로 국회 업무를 뜻한다.

국무총리가 움직이면 장관이 움직이고 장관이 움직이면 그 수하의 국·과장 등 많은 공무원이 뒤따른다. 국회와 세종시와의 거리는 130㎞가 넘는다. 이 짧지 않은 거리를 공무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오가며 귀한 시간과 예산을 허비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라도 열리는 날에는 관련 공무원들이 국회 복도는 물론 식당이나 심지어 층계에 걸터앉아 무한정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기다림에 지쳐 아무 곳에나 졸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간부가 서울에 와 있으면 세종시에 있는 부처의 긴급하고 중요한 서류는 담당 공무원이 서울로 올라와 결재를 받고 다시 내려오는 어처구니없는 현상도 있다. 지난 7월 12일자 모 부처의 사무관, 서기관 등 20여명이 C모 국회의원에게 업무보고를 하러 몰려가는 바람에 부처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국회의원이 정부기관에 업무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지만 꼭 그렇게 많은 공무원이 동원돼야 하는지?

이래서는 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국가경쟁력은 커녕 비효율·고비용으로 유배지 같은 외로운 섬이 되고 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간 100억원 이상의 국민혈세가 서울-세종시간 공무원 통근버스 비용으로 지출되는 것도 비효율·고비용의 대표적 케이스다. 그래서 세종시의 제 기능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고민이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 첫째가 국회의 운영방식이다. 임시국회를 일년에 한두 번 세종시에서 개최한다든가 상임위는 세종시에서 개최하는 방식도 대안의 하나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세종-국회간 화상회의를 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비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핵심은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국정이 탄력을 받는다. 최근 정홍원 총리도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건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다. 개헌을 하지 않고도 특별법으로 가능하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주장이다.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총선거에서 여·야가 함께 공약으로 제시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 더욱 좋은 모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는 공무원 뿐 아니라 모든 국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 방치하면 할수록 비효율과 고비용으로 국가적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역사의 후퇴'다.

<본사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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