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칼럼]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후 여야 입장이 천양지차다. 11대 4로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은 다소 느긋하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지도부 퇴진에 이어 새 활로 모색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여당도 안심할 수는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장 제1주제는 정당혁신이다. 인물 교체 등 조직내부 정비와 더불어 정치개혁, 그리고 정책 쇄신 측면에서다. 정치권이 추호라도 기득권에 안주하거나 무능한 정치력 또는 오만한 국정운영 태도를 보이면 어떤 형태로든 엄중한 심판을 받는다. 여당이 보수혁신, 국가 대혁신, 민생경제 살리기를 현안 과제로 설정하고 나섰다. 의제 선점 효과를 노린 듯하다.

야당은 이기게 돼 있는 게임에서 졌다. 세월호 정국의 주도권 상실이 한 몫 했다는 건 아이러니다. 민심은 정치권의 지루한 힘겨루기를 보면서 무능한 집권여당보다 더 무능한 야당을 향해 먼저 회초리를 들었다. '대안부재 야당 심판'이었다. 전략 공천 실패라는 헛발질까지 했다. '새 정치'의 실체는 야당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정권 심판론'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집권여당이 정치를 잘해서 압승을 거둔 게 아니라는 결론이다. 새누리당 지지도가 썩 좋은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 또한 예전 같지 않다. 야당의 무능에서 오는 정치적 반사이익을 여당이 차지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남 탓'만 하는 정치권의 고질병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여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동원, 다른 데로 책임전가나 이목을 돌리는 듯한 꼼수는 한국정치에서 청산돼야 할 적폐로 꼽힌지 오래됐다. 특정집단의 이익보다는 오로지 국민만 보고 소통-배려-통합이라는 큰 정치의 가치론에 충실해야 마땅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만 봐도 정부의 무기력, 무능, 무책임론이 여간 심상치 않다. 여기에서 주목할 지점은 두 가지다. 그 하나는 6·25이후 최대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후속 조치다. 전 국민적 의지를 담아 원인규명으로부터 치유 방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신속하게 모색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바닥을 헤매는 민생경제 살리기다. 팍팍한 서민 삶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이뤄진 게 없다는 건 정치실종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참사의 근원 및 구조과정의 취약 요인 규명은커녕 책임자 처벌, 안전 대한민국 시스템 구축, 국가 혁신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추진된 게 없다. 시간만 질질 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직껏 특별법 제정도 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20일을 넘겼다. 수사권 문제가 최대 쟁점이다. 성역 없는 수사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여당에서 전향적으로 나서면 모두 풀릴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선거후 강경모드로 들어가는 듯한 모양새다. 유족 비하 발언도 잇따라 나온다.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 '정권 심판론' 프레임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말이 적확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