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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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시민대학 강의가 있어 분주히 나오던 길이다. 아파트 마당에 서 있던 누군가의 차에서 정말 신기한 생명을 만났다.

운전대 문 밑 조그만 틈새에서 망초대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 혹시 차가 스쳐 꺾인 가지가 끼어있는 것인가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커가고 있었다.

아! 저 고귀한 생명력이란…. 물론 잡풀의 생명력은 어느것보다 강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저렇게 자동차 틈에다 뿌리를 내리고 크고 있다니 무엇보다 감동이었다. 자동차가 다니다 어느 흙밭에서 흙 몇점이 튀었을 것이다.

그곳에 우연히 망초씨 하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 작은 틈에서 망초는 살아내려고 애썼을 것이다. 차는 하루에 수십번씩 문이 열렸다 닫혔을테고, 뜨거운 아스팔트 길도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자갈길도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이 못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싶다. 이 차의 주인이 이 풀을 뽑아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너 거기서 살고 있구나.’ 애처롭게 생각했을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주인과 함께 길을 달릴 것이다. 주인이 차를 세우고 일을 보는 동안 조용히 기다렸을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 마당에 세워놓으면 그 밤을 견디고 아침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며 조금씩 조금씩 키를 키웠을 것이다. 언제까지 이 차와 함께 할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그리움의 키를 키우고 자라고 있을 것이다.

조금 더 크면. 주인의 차가 달리는 곳에 거센 바람이 스쳐 몸이 꺾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혹여 주인이 문을 여닫다가 큰 키가 끼여 부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 생명이 다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명이 아름답다. 그리고 어디서든 살아내는 들풀의 그 생명력이 위대하고 위대할 뿐이다.

아침에 만난 이 들풀 하나가 하루종일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가만히 가슴에 물 동그라미를 만들고 있다.

(이 글은 7월 20일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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