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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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24)


"전하, 신이 근거 없는 낭설을 아뢰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 당시 대조전에서 폐비를 모시던 전언(典言=종칠품 궁인직) 두대(豆大)라는 여인이 참소의 장본인이었다고 하옵니다."

"전언 두대? 두대…? 두대란 계집이 그때 전언이었으면 지금쯤 상궁이라도 되었을 것 같은데, 내가 불공대천의 원수를 모르고 궁 안에서 같이 산 것 아니오?"

"두대는 이미 죽은 것으로 알고 있사오나 그 당시 폐비와 대왕대비를 모시던 궁인들을 국문하면 두대의 죄상을 밝힐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두대가 죽었으면 부관참시(剖棺斬屍)라도 해서 설원(雪寃)을 해야겠소!"

왕은 이를 갈았다.

"두대의 죄가 그뿐만 아니옵니다. 전하께서 어리실 적에 문양공 강희맹의 집에 비접을 나가신 일을 기억하실 지 모르오나…."

"너무 어려서 기억에는 없지만 장성한 후에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소."

"전하께서 쾌유(快癒)되시어 대궐로 돌아오신 날 폐비께서 감격하시어 전하를 안고 어르시면서 '내가 오래 살아야지'하고 독백을 하셨는데 두대가 또 그 말씀을 듣고 대왕대비께 가서 참소할 때는 '내가 오래 살아야지, 오래 살면 꼭 할 일이 있다'하고 벼르시더라고 하니 대왕대비께서는 '오래 살면 꼭 할 일이 있다니 금상전하(성종)를 시해(弑害)하고 어린 원자로 임금을 삼아 제가 섭정(攝政)이라도 하겠다는 배포인 게로구나'하고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폐비를 중상하셨다는 것이옵니다."

"허쑹한지고! 허쑹한지고!"

왕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탄식하였다.

"두대 말고, 또 성종대왕의 봉보부인(奉保夫人=임금의 유모) 백씨와 예종대왕의 후궁 권귀인도 한 동아리가 되어 대왕대비께 갖가지로 폐비를 모함하였다고 하옵니다."

"경은 어째서 죽은 사람들 이름만 들추어내오? 지금 새파랗게 살아있는 사람으로 내어머님께 원수진 사람은 없단 말이오?"

"성종대왕의 총희였던 귀인(貴人) 정씨(鄭氏)와 귀인 엄씨(嚴氏)가 폐비 사건의 원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옵니다."

"귀인 정씨와 엄씨?"

왕은 그녀들이 성종의 후궁이라는 것은 곧 짐작이 갔지만 동성(同姓)의 후궁이 많았으므로 누구 누구인지 얼른 분간하지 못하였다.

"정귀인은 안양군(安陽君)과 봉안군(鳳安君)의 생모요, 엄귀인은 공신옹주(恭愼翁主)의 생모이옵니다."

"으흠! 안양군의 어미 정씨와 공신옹주의 어미 엄씨!"

왕은 격분하여 두 주먹을 부르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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