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조 재 근
온라인뉴스부 차장

‘구미속초(狗尾續貂)’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개 꼬리로 담비 꼬리를 대신하다’라는 뜻으로, ‘쓸모없는 사람에게 관직을 함부로 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중국 고서인 ‘진서(晉書)’의 ‘조왕륜열전(趙王倫列傳)’에서 유래했다.

진나라 '사마륜'은 쿠데타를 일으켜 당시 황제이던 '혜제'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가 된다. 정통성이 약했던 사마륜은 자신이 신임하는 인물만 벼슬을 내려 기용했고, 그의 친인척은 물론 노비와 시종들까지 관직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관리들이 착용하는 관모(官帽)의 장식으로 담비 꼬리를 사용했는데, 관리들이 크게 늘어나자 모자란 담비 꼬리를 대신해 비슷한 개 꼬리를 달았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지금 정부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부의 최대 약점은 인사 문제다.

정권 초 박 대통령은 ‘대탕평·공정 인사’를 내걸었지만, 고위직 인사는 말 그대로 실패작의 연속이었다.

인사 참사의 서막이자 결정판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단행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주미대사관 인턴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추문이 폭로돼 방미 도중 전격 경질되는 등 사상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다.

이후 김용준 초대 총리 지명자부터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장차관급 인사 6명이 줄줄이 사퇴했다.

이후 심기일전한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개조를 천명했지만, 2명의 총리 내정자는 청문회 의자에 앉지도 못했다. 국무총리 후보의 연이은 낙마, 경질한 총리를 다시 불러 앉힌 ‘도로총리’까지 어이없는 인사에 국민은 또 한 번 아연실색했다. 이쯤 되면 인사 참사(慘事)가 아니라 망사(亡事)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총리 유임과 관련해 “국정수행 능력보다 신상털기와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돼 검증을 통과할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도덕성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인물을 천거한 것도 모자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퇴를 표명한 총리를 유임시킨 대통령이 그 책임을 어처구니없게도 국민 눈높이 탓으로 돌렸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을 한 순간에 ‘디스’해버린 황당한 상황이다. 연이은 인사 실패를 경험한 박근혜 정부는 장고 끝에 지난달 2기 내각을 꾸렸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등 장관급 후보자 8명은 지난 7~10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결과는 볼 것도 없이 예상적중이었다. 인사청문회 전부터 온전한 후보들이 없을 정도였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젠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아 장관자리에 앉을지가 관심사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 가장은 가족들에게 늘 찬밥 신세를 받기 일쑤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은 참새조차 쫓지 못하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국민이 바라는 인사는 비리가 가득찬 엘리트가 아니라 가슴에 민심이 충만한 공복이라는 점을 숙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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