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조수민 대전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파트장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최선의 방법으로 작별…”
슬프지만 보람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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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그동안 잘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고들 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과거에 얽매여 괴로워하고, 슬퍼하느라 마음의 준비를 채 끝마치지 못하다 황망하게 이별을 맞기 일쑤다.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안녕히’ 작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호스피스다.

10년 가까이 아름다운 작별을 돕고있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조수민 호스피스병동 파트장을 만났다.

2005년 4월 대전성모병원에 호스피스병동이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병동에 몸담고 있는 조 파트장은 호스피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조 파트장은 “호스피스병동에 오시는 환자나 가족들은 이 곳을 ‘더 이상 손 쓸 수 없어서 오는 곳’이라는 포기의 개념으로 생각하신다”며 “환자와 보호자 모두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다보니 과거 건강했을 때에 얽매여 화가 나고, 분노하고, 슬퍼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스피스병동은 환자의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과거를 추억으로 돌리는 역할을 해주는, 그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조 파트장 스스로도 어린나이에 지켜봤던 외할아버지의 임종에 죽음을 무섭고 어두운 것으로 여겨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오히려 자식들을 위로하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시는 것을 보고 죽음에 대해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후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긴 뒤에도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은 그는 그때마다 슬픔을 이겨내는 데 이 일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조 파트장은 “보통 보호자들이 환자에게 ‘일어나셔라’, ‘이것저것 드셔보셔라’ 권유를 하는데 사실 누워있는 환자들이야말로 그것을 더 원한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더 오래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더 많은 가족, 이웃과 교감함으로써 최선의 방법으로 작별할 수 있는, 그래서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죽음을 감지하고 병동에 오는 환자들에게서 향기가 나기 시작하면 보람을 느낀다는 다소 추상적인 표현으로 호스피스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처음 병동에 들어오시는 분들, 특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분들에게는 ‘냉랭한 냄새’가 납니다. 그런데 점점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시면 그렇게 편안한 표정이 나올 수가 없어요. 그때부터 그 분들에게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좋은 향기가 나죠. 그 변화를 통해 슬프지만 보람을 느끼는게 호스피스입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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