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김낙현 대전 제일고 교사
타학교 경기모습 보고 끌려
각고의 노력끝 자격증 획득
인천 아시안게임 심판 참여
6년째 소년체전 재능기부도
유도를 전공했던 교사가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소프트볼 국제 심판으로 나서게 됐다. 이력만으로 관심을 모으는 이 사람은 대전 제일고에서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김낙현(41) 씨.
초등학교 때 유도를 시작한 김 씨는 용인대 유도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전시 유도협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 그런 그가 올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때 소프트볼 경기 심판으로 참여한다고 해 경위가 궁금해졌다.
“사실 처음에는 야구를 좋아했어요. 대학에 입학하면서 사회인 야구를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넘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프트볼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김 씨가 소프트볼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전 괴정고에 안면이 있던 교사의 권유를 받고나서부터다. 괴정고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4년 연속 동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소프트볼에 강한 학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 씨의 관심을 끈 것은 성적보다 여학생들이 하는 야구라는 점이었다. 소프트볼은 야구장의 절반 정도 되는 면적에서 반드시 언더핸드로 투구해야해 여학생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경기가 촘촘하면서도 오밀조밀하게 펼쳐지는데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서로 파이팅하는 모습도 무척 예뻐 보였어요.” 그의 말에서 교사로서의 애정이 묻어 나왔다. 김 씨는 지난해 대한소프트볼협회 공인심판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내친 김에 국제 심판 자격증까지 노려보자는 심산으로 올해 싱가포르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리면서 대한소프트볼협회가 대만, 말레이시아 출신의 소프트볼 자격증 평가단을 한국으로 초청, 국내 심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한 것이다.
김 씨는 연수를 수료하면서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고 이번 아시안게임 때 소프트볼 경기 심판으로 참여하는 기회도 덩달아 얻었다. 일반교사가 아시안게임 심판을 맡게 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에게도, 우리나라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자 영광이다.
김 씨는 심판 자격을 재능기부로도 활용했다. 소프트볼을 운영 중인 학교에서의 연습이나 시범 경기뿐만 아니라 소년체전 경기 때 무료로 심판을 자원해 온 것이 6년째다. “우리나라는 아직 소프트볼 저변이 약합니다. 그런 면에서 국제심판이란 역할은 중요하죠.
소프트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우리 학교에도 소프트볼 팀을 창단해 지도자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김 씨. 유도 지도자에서 소프트볼 지도자로의 변신이 기대된다.
원승일 기자 w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