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싱글앨범으로 컴백
강렬함보다 여성스러움 더해
결혼식 축가 ‘사랑해주세요’
희망적인 노래인데 울컥거려

"그동안 제 이미지가 강렬하고 보이시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에는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곡이 많아요. 그래서 앨범 재킷이나 뮤직비디오에도 자연스럽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었죠."

보컬리스트 거미(본명 박지연)가 돌아왔다. 4년 만의 컴백이어서일까. 그의 표정과 말투에는 무엇보다 어서 무대에 올라 팬들에게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잔뜩 묻어났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미니 앨범 '사랑했으니…됐어' 쇼케이스에서 거미는 "욕심이나 부담감을 갖기보다는 재밌게 작업하려고 노력했다. 즐겁게 작업해 그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번 미니 앨범에는 타이틀곡 '사랑했으니…됐어'를 비롯해 모두 여섯 곡을 담았다. 2010년 발매된 1집 미니 앨범 '러브리스'(Loveless) 이후 4년 만의 앨범이면서 그의 두 번째 미니 앨범이다. 쇼케이스에서 들려준 '사랑했으니…됐어'는 읊조리듯 시작해 점차 거미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팝 발라드곡이다. 살짝 가미된 레게 창법과 노래의 후반부에서는 록이 연상될 정도로 강렬하게 내뿜는 샤우팅이 인상적이다.

이별의 슬픔을 반어적인 표현에 담담한 느낌으로 담아 애절함이 증폭된다. 거미의 오랜 친구 가수 휘성이 작사하고 작곡가 김도훈이 곡을 썼다.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표현하려 했어요. 가사가 현실적이면서도 시적이고, 멜로디도 따스하면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강렬하고 쓸쓸함도 느낄 수 있죠. 지금 저의 상황이나 위치에서 해야 하는 음악이 아닌가 싶어요. 익숙함과 새로움을 접목한 중간 정도 성격의 곡인 것 같아요."

그는 "발라드곡이지만 '울고불고'하기 싫었다. 속으로 아픔을 참는 게 더 슬픈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앨범에는 그와 가까운 다른 가수들이 능력을 더했다. 휘성이 타이틀곡의 작사를 비롯해 여러 곡에서 작사, 작곡 솜씨를 뽐냈고 화요비도 여섯 번째 트랙 '누워'의 작사·작곡을 맡았다. 같은 소속사인 그룹 JYJ의 박유천은 첫 트랙 '놀러가자'에서 피처링으로 목소리를 보탰다.

"발라드 '사랑해주세요'는 처음에는 슬픈 가사였는데 제 곡으로 결혼식 축가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식 상황을 생각하며 다시 가사를 썼죠. 희망적인 노래인데 부르면서 울컥해요.

제 감성이 좀 그런 것 같아요.(웃음). '놀러가자'는 여자가 어디론가 떠나자고 말하는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려 유천 씨에게 부탁했죠. 노래도 잘 해야 하고 내레이션 연기도 필요한데 너무 잘 해주셨어요."

그는 "친한 친구들이 따로 말을 안 해도 나를 잘 알아서 어울리는 곡을 선물해줬다"며 애정과 믿음을 보였다. 4년 만의 앨범인데 뜻밖에 정규가 아닌 미니 앨범이다.

이유를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속내를 털어놓는다. "고민이 많았어요. 요즘 정규 앨범 내기가 가수에게 조금 의미없는 일이 된 것 같아요. 다른 가수 분들도 싱글 앨범으로 많이 활동하시잖아요. 힘들게 만든 제 곡들이 누군가에게 제대로 들려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고 싫었어요." 앨범은 10일 0시 각 음원 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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