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
홍명보 감독 '가상 인터뷰'

"다 함께 리듬을(All in one rhythm)."

이 같은 슬로건을 내건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월드컵은 13일 오전 5시(한국시간)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 남짓 열전에 돌입한다. 대망의 결승전은 오는 7월 14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8회 연속 본선 진출(총 9회)에 성공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 쿠이아바에서 H조 첫 상대인 러시아와 격돌한다. 이어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알제리와 2차전,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3차전을 치러 16강 진출 여부를 가린다.

지난 8차례의 월드컵 본선은 크고 작은 좌절과 환희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려 하고 있다. 이에 충청투데이는 1990 이탈리아부터 2014 브라질까지 한국 월드컵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홍명보 감독과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월드컵을 되짚어 본다. 본 가상 인터뷰는 그 동안 홍 감독의 인터뷰과 언론 보도, 기록 등을 바탕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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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6번째 월드컵이다(홍명보 감독은 1990 이탈리아~2002 한일월드컵까지 4회연속 선수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또 2006 독일 월드컵 때는 코치로 참가했다). 소감은.

“선수로서나 코칭스태프로서나 월드컵은 늘 두려운 벽이고 긴장된다. 하지만 그만큼 설레인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월드컵 출전 자체가 영광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자신감을 갖고 뛰길 바란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은 대표팀 막내로 출전했다. 그 때를 떠올린다면.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대표팀도 그렇고 잘 몰랐던 것 같다. 아시아 지역예선 무패로 자신감은 넘쳤지만 상대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우리의 한계였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은 벨기에(0-2), 스페인(1-3), 우루과이(0-1)에 모두 패했다. 3경기 모두 출전했는데….

“세계의 벽은 너무 높았다. 더 이상의 얘기는 변명같을 것 같다. 하지만 스페인전 황보관 선배의 25m 골은 정말 멋졌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터닝포인트가 된 대회였다.”

-‘도하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1994 미국 월드컵은 어땠는지.

“도하의 기적이란 말처럼 정말 익사이팅한 대회였다. 다 진 것 같은 스페인전 종료 직전 서정원의 동점골, 경기내내 밀어붙이고도 결국 득점없이 비기고만 볼리비아전,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 후반에 2골을 추격한 독일전 등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천당과 지목을 오갔다.”

-미국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고 독일전에는 주장 완장도 찼는데.

“당시 미국의 더위는 말그대로 살인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팀 선수들이 빨리 지쳤고 우리가 추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득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무언가 보여줬다는게 중요하다.”

-1998 프랑스 월드컵은 네덜란드전 0-5 참패의 굴욕과 벨기에전(1-1)의 투혼이 뒤섞여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대회로 남아 있나.

“물론 미국 대회도 그렇지만 프랑스 월드컵도 아쉬움이 컸다. 황선홍 감독이 출국 직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다치지만 않았다면 결과는 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잡을 수 있었던 멕시코전(1-3)을 놓친 것이 그 다음 네덜란드와의 경기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 중도하차한 차범근 감독님에게는 아직도 선수로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래도 벨기에를 상대로 대한민국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그 대회를 통해 거스 히딩크 감독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 아니겠는가.”

-분위기를 바꿔보자. 100만불짜리 미소를 지었던 2002 한일 월드컵 이야기를 해달라.

“2002 한일 월드컵은 홍명보라는 개인뿐 아니라 한국 축구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대회다. 당시 우리는 폴란드(2-0), 포르투갈(1-0), 이탈리아(2-1), 스페인(0-0·승부차기 5-3)같은 강팀을 연파하고 4강 신화를 이뤘다. 아마 세계가 놀랐을 것이다. 더불어 대회 이후 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났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였는데….

“정말 차기 싫었고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공이 골망을 가르고 4강이 확정되는 순간 나 스스로도 몇번 본 적 없는 미소가 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대견해서 그런 표정이 나온 것 같지는 않다. 붉은 악마를 비롯한 온 국민들의 열렬한 응원에 보답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2002년의 붉은 물결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때의 그 열정으로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다시 보게 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금 떨어져서 지켜본 독일·남아공 월드컵은 어땠나.

앞서도 말했듯이 월드컵은 늘 긴장되고 설렌다. 아드보카트 감독 아래서 코치로 참가한 독일 월드컵 당시 토고(2-1)를 꺾고 프랑스(1-1)와 비길 때만 해도 뭔가 될 것 같았지만 스위스를 넘지 못했고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분명 마지막 스위스전 판정은 지금 생각해도 석연치 않다. 하지만 그것이 축구고 우리가 부족했던 것이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남아공 월드컵은 아무래도 조금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회를 통해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제 브라질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해 6월 대표팀 감독에 취임하며 ‘한국형 축구’를 선언했는데, 얼만큼 완성됐나.

“당시 말했듯 우린 독일도 스페인도 아니다. 그들같은 축구가 아닌 우리에 맞는 축구를 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내가 정한 속도에 맞춰 성장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의리 논란’이 있던 최종엔트리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주길 바란다. 현 대표팀의 전술은 수비조직력이 바탕이 돼야 하고 그 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는 선수들이 필요했다.”

-의리 논란에서 박주영 선수를 빼놓을 수 없는데….

“취임 초기부터 말했듯 최고의 선수를 뽑아서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를 뽑는 것이다. 박주영의 발탁도 그런 의미다.”

-한국 축구 ‘월드컵 8년 주기 징크스’가 있다. 그리고 해외언론이나 베팅업체들은 한국의 16강 진출에 대해 부정적이다. 브라질 월드컵 자신 있는가.

“징크스라기 보다는 그만큼 월드컵이란 무대가 어려운 것이다. 아예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나라도 부지기수인데 8년마다 선전하는 것도 대단한 것이 아닌가. 그것이 징크스이건 무엇이건 우리가 준비가 잘돼 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본다. 그리고 외부의 부정적 평가는 당연하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피파랭킹이 57위다. 전교 57등하던 팀이 갑자기 16등 안에 든다고 한다면 얼마나 믿어주겠는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이 축구고, 그것을 해온 것이 한국이다. 기대해 달라.”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홍명보 감독은… △생년월일=1969년 2월 12일(서울) △프로경력=포항~벨마레 히라스카·가시와 레이솔(이상 일본)~포항~LA 갤럭시(미국) △대표경력=1990 이탈리아~2002 한일월드컵(A매치 136경기) △지도자 경력=2005~2008 국가대표 코치, 2009 U-20월드컵 감독(8강),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감독(銅), 2012 런던 올림픽 감독(銅), 2013년 6월~ 국가대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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