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 ?
?
? ?
?
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23)


"내 살아있는 동안에 맹세코 어머님의 유한(遺恨)을 풀어 드리려 하니, 경은 자초지종을 숨김없이 아는 대로 다 아뢰도록 하오."

왕은 눈물을 훔치고 스스로 냉정해지려는 듯 음성을 가다듬었다.

"예, 전하. 폐비마마께서 성종대왕께 득죄를 하신 것이 후궁을 질투한 때문으로 당시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상은 고부간(姑婦間)의 갈등이 처음 빌미였던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고부간의 갈등이라니? 시어머니이신 대왕대비와 폐비 사이에 갈등이 심했단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신이 단언하기는 어렵사오나 폐비께서는 경국지색으로 뭇 후궁들의 질시(嫉視)의 대상이 되시고 또한 성품이 꼿꼿하시어 굽힐 줄을 모르신 탓으로 시어머님 되시는 대왕대비의 눈 밖에 나시고 후궁들의 참소에 시달리게 되신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자기 시앗은 하나도 밉고 며느리 시앗은 열도 귀엽다는 속담이 있지만 대왕대비께서 폐비를 미워하시고 첩며느리인 후궁을 총애하신 탓으로 폐비께서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되신 것이옵니다. 폐비에 대하여 얼마나 참소(讒訴)가 심하였던지 숨은 일화가 있사옵니다. 전하께서 동궁으로 어리실 적에 전각 처마 끝에 날아드는 참새를 잡아달라고 조르신 적이 계셨는데…."

"내가?"

왕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어리실 적 일이오니 전하의 기억에 없으실지는 모르오나 그때 폐비께서는 졸리다 못해 전하의 유모에게 참새를 잡을 수 없겠느냐고 하시니 유모가 대조전 앞뜰의 화계(花階)에 닭어리 같은 창애를 설치하고 줄을 달아 늘여서 참새를 잡았는데, 대왕대비께 말이 들어갈 때는 중전이 참새 잡는 장난을 즐긴다고 하니 대왕대비께서는 '집안이 망하려니까 맏며느리가 수염이 난다더니 별 해괴망측한 말도 다 듣겠구나. 왕비가 새잡는 장난을 즐기다니, 고금 역사에 없는 별난 왕비가 다 났구나' 하시면서 여러 후궁과 나인들이 듣는 데서 며느님 중전을 심하게 비방하시고, 한패가 된 후궁과 나인들은 신이 나서 있는 말 없는 말 다 주워 섬겨 중전마마를 참소하였다는 것이옵니다."

왕은 임사홍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다시 격앙하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였다. 왕이 생모 윤씨가 폐위되기 전에 참소당한 숨은 일화를 구체적으로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경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때 대왕대비께 참소를 한 사람이 누구 누구라고 실명(實名)을 말해야 내가 믿을 수 있을 것이 아니오?"

왕은 벌써 생모 윤씨의 원수를 갚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