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김의곤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장
15년째 노숙자 거리상담
전국홈리스 연대 조직해
노숙인 복지 법안 건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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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곤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장(45·사진)은 매일 새벽 대전역과 인근 하천으로 노숙자 거리상담을 나간다.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비가 오는 등 위험상황에 처해있는 노숙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다. 벌써 15년째다. 이를 통해 매년 센터에 200~300명의 신규 노숙자가 들어온다. 노숙자들은 불안감과 ‘대인 예민성’이 심하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이 그에게 경계 어린 눈빛을 보내고 때로는 욕설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그들을 마주한다.

“심한 욕을 먹는 것도 다반사고 가끔은 센터로 흉기를 들고 찾아오는 노숙자도 있어요.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죠. 하지만 제가 돌보지 않으면 이들은 거리에서 정말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어요. 걱정돼서 저도 모르게 그 시간만 되면 늘 나가요.”

노숙인들은 ‘노숙상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거리에서 시설로, 시설에서 자활로, 자활에서 또 거리나 병원으로 쳇바퀴 돌 듯 돌기만 한다. 이를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본 김 소장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법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김 소장은 전국홈리스 연대를 조직해 조직국장을 맡아 활동을 하면서 법안의 초안을 만들어 간담회를 갖고 국회의원 등을 만나 지속해서 법안 마련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탄생한 것이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은 노숙인에 대한 주거·급식·의료·고용·응급조치 등의 지원 방안이 담겨 있다.

“제가 혼자 이들을 돕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실질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심했죠. 이것으로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첫발을 내디딘 것 같아 뿌듯해요.”

김 소장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 늘 노력한다. 노숙에 대한 책임을 이들에게만 던지는 사회에 목소리를 높인다.

“노숙자들은 절대 손가락질받을 대상이 아니에요. 그저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일 뿐이죠. 개인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기회의 문제예요.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지 않잖아요.”

김 소장이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곁에서 안부를 확인하는 것 정도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단순히 ‘기다려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십여 년 전에 여기에서 생활하다 나갔던 노숙자가 최근에 다시 돌아와서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아직까지 있어줘서 고맙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싸운 사이였는데 말이죠. 그때 저는 이들에게 ‘고향의 선후배’와 같이 편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이 다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고 또 바닥을 쳤을 때는 편하게 위로받을 수 있게요.”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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