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둔산署 유성지구대 김용서
빌라 2층 화재현장 母子발견
주변 굴삭기 車 올라타 구조
“누구든 저처럼 했을것”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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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누구니까 당연한 일은 없다. 그만큼 우리는 ‘직업정신’이란 걸 잃어버린지 오래다.

각자 위치에서 맡은 소임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가 너무도 귀하게 느껴지는 요즘, 그럼에도, ‘나는 경찰이니까’ 목숨 건 선행마저 당연하다 말하는 이가 여기 대전에 있다.

‘Mr. FM’으로 불리는 대전둔산경찰서 유성지구대 소속 김용서(45·사진) 경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대학시절 제복을 입은 청와대 경비단의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는 김 경사는 천생 경찰이다.

막 임용돼 시골 파출소에서 일할 때 밭고랑 밑으로 도망가는 도둑을 끝까지 쫓아가 다이빙해 잡은 얘기를 하며 그는 그저 “‘너 달리기 잘한다’는 선배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때는 ‘나는 경찰이다’는 자부심에 새벽 순찰도 일제 점검도 마냥 재밌기만 했단다.

누구나 첫 사회생활의 초심은 맑게 빛나는 법이지만, 그 초심을 얘기하는 그의 눈빛은 여느 누구와 달랐다. 지난 3월 24일 정오, 야간근무를 앞둔 자유시간에 김 경사는 아내와 드라이브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중구 사정동을 지날 때 그의 아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불났다”고 소리쳤다.

그 순간 바로 그는 차를 멈추고 불난 곳을 향해 뛰었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빌라 2층에는 한 30대 여성이 아기를 안고 창가에 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마침 현장에 굴삭기 차량 한대가 도착했고, 그는 그대로 굴삭기 버킷에 올라타 다시 위로 올라갔다. 그와 굴삭기 기사는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도 환상의 호흡을 맞춰 아기와 엄마를 구출해냈다. 그리고 김 경사는 아기 아빠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달한 후 조용히 현장을 벗어났다.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말이다. “사실 그 때 별 거창한 생각은 없었어요. 몸이 먼저 움직였고, 정신을 차려보니 굴삭기 위에 올라타 있었죠. 도움을 요청하는 아기 엄마와 아기의 모습을 봤다면, 누구라도 저처럼 했을 겁니다.”

그가 그토록 당연히 여긴 유별한 ‘직업정신’이 한 모자(母子)의 목숨을?구한 셈이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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