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대전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이숙자 씨
‘행복교실’ 운영한지도 10년
대화·놀이봉사 뜻깊은 시간
80대 고령… 이젠 친부모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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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고령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생활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숙자 씨.

“남은 삶도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봉사활동을 통해 인생의 활력을 찾아보세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부 이숙자(64·중구 문화동) 씨는 매주 화요일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고령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생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행복한 생활교실’은 80세 이상의 고령의 어르신들과 다양한 놀이를 즐기거나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이 씨는 ‘행복한 생활교실’을 거창한 수업이 아니라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단순히 놀아드리는 게 전부지만 매우 뜻 깊은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이 씨가 어르신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2003년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던 이 씨는 병원에서 5개월을 생활하면서 남은 삶은 다른 사람을 위해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렇게 교회 지인을 통해 기독교복지관을 소개받게 됐고, 처음에는 장애인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에 기독교복지관 측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을 의뢰받아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처음 어르신들과 서먹했던 관계도 10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가족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당시 70세였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80을 넘긴 고령이 대부분이다. 어르신들은 이 씨를 보기위해 무릎과 허리가 불편해 거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먼 길을 자진해 걸음하고 있다. 일부 어르신은 이 씨를 딸같이 여기면서 가정의 일부터 최근의 고민까지 털어 놓는다고 한다.

여름이나 겨울방학이면 어르신들과 잠시 이별을 하게 되는데 그 사이 건강이 악화돼 혹시 뵙지 못하게 될까봐 노심초사다. 어머니와 일찍 이별한 이 씨에게 어르신들은 부모님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생활교실 자체가 부담이 없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10년의 세월을 이어오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특히 매주 프로그램을 이 씨가 직접 준비하기 때문에 수업 준비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씨는 오늘도 어르신들과 만날 날만 기다리며 인터넷, 책자 등을 넘기며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프로그램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이 씨는 “어르신들이 원하는 건 용돈이나 물질적인 게 아니라 가족과의 대화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남은 삶을 덤이라고 생각했을 때부터 언제까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만큼 체력이 될 때까지 어른들과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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