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유창수 대전가오중학교 국어 교사
전국 첫 시력장애 1급 교사
“제자와 눈 맞추지 못해도
마음으로 더 깊이 나누어”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은 크나큰 불행일 수도, 엄청난 불편일 수도 있다. 세상의 배려 없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수백번이고 수천번이고 넘어지고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가오중학교 유창수 국어교사<사진>는 수백번 넘어졌다 일어난 ‘전국 최초 시력장애1급 국어교사’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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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용고사에 당당히 합격해 3년전 가오중학교로 부임, 장애를 딛고 고난과 역경을 헤쳐낸 이력이 충분히 세간의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오중의 중간고사가 모두 끝난 지난달 30일 오후, 유 교사가 사용하는 국어교실에서 그를 만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학생들과의 눈맞춤이 되지 않는 불편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고 물었다.

“저는 아이들과 눈을 맞출 수 없습니다. 교육에서 눈맞춤이 워낙 중요하다보니 ‘이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구나’ 하고 좌절하고 꿈을 포기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여러 과정을 겪고 교단에 서보니 눈을 맞추지 못해도 더 깊은 것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너희들이 나에게 소리를 주면 나도 맞출 순 없지만 눈빛을 보내줄께’ 라고요. 눈을 맞추지 못한다는 불편은 분명히 있지만 맞출 수 없는 눈으로도 선생님이 자신들을 바라봐준다는 것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다면 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 3년차 교사가 이런 얘기를 하면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제 포부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어선생님입니다. 최고의 국어선생님은 다른 게 아닙니다. 저에게 국어를 배운 아이들이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통해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내 그는 기자와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기자 역시 그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주로 예쁜 두 딸의 이야기, 늦잠을 자도 직장이 가까워 다행이라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이었다.그 사이 ‘장애’라는 단어는 자연히 잊혀졌고, 그와 기자 모두 그저 평범한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동감하며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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