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성도경 대전 용운동 복지만두레 회장
어려운 이웃돕기 꼬박 10년
김치·밑반찬등 만들어 전달
재정바닥 위기속 성금 모금
어려움 함께나눠 잘 살고파

▲ 성도경 회장이 용운동 복지만두레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두레’는 농사의 수고를 나누는 일이었다. 혼자 하기 힘든 김매기를 동네사람들이 모여 나눠 하는 것.

‘만두레’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듬을 일컫는 말이다. 이 흐뭇한 두레의 정신이 제대로 뿌리 내린 곳이 2014년 대전에도 있다.

대전시 동구 용운동의 복지만두레는 꼬박 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꼬박’을 강조하는 건 위기 속에도 끊김없이 명맥을 이어온 ‘자부심’ 탓이다.

‘용운동 복지만두레’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 이어진 두레처럼 질기게 세월을 견뎠다.

지난달 동구 용운동주민센터에서 만난 성도경(67) 용운동 복지만두레 회장은 만두레의 풍습을 이 동네에 다시 자리잡게 한 인물이다.

대전시는 2004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을 ‘사회적 자본(사회 구성원이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자본)’을 통해 돕자는 취지로 복지만두레를 만들었다.

복지만두레 출범 당시 형편이 복시 어렵지만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한 가정이 용운동에만도 50가구가 넘었다. 동네사람 20명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밑반찬을 만들어 그 이웃들을 찾아 다녔다.

한철 먹을거리를 한아름 손에 들고 찾아가 우리네 사는 얘기 두런두런 나누면서 용운동 사람들은 진짜 이웃이 돼 갔다.

그러던 2006년, 대전시의 수장이 바뀌면서 복지만두레에 대한 지원이 끊겼다. 돕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뿐 채울 재원은 바닥인 상황. 성 회장과 회원들은 난상 토론을 벌였다. 어려워도 계속 끌고 나가자는 의견과 안타깝지만 여기서 접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 때 성 회장이 나섰다.

“그 분들은 우리를 친족 이상으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들이 느끼실 실망감을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자신들의 일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 봉사였냐는 따끔한 성찰. 복지만두레의 진정성이 증명될 기로에서 용운동 사람들은 ‘포기’가 아닌 ‘연대’를 선택했다.

한 사람 당 5000원.

그 돈을 모아 우리 이웃을 스스로 돕자는 ‘5000 릴레이 캠페인’을 용운동 안에서 벌였고, 그 해만 500만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그렇게 넘긴 고비를 통해 용운동 복지만두레는 더 단단해지고 따뜻해졌다. “노년에 관광 한번 가보자고 모은 쌈지돈 100만원을 더 보람있는 일에 쓰고 싶다며 신문지에 둘둘말아 놓고 간 할머니들이 계셨죠.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봐주셨다고 생각하니 코 끝이 시큰해질만큼 기뻤어요.” 그렇게 10년, 성 회장의 꿈은 하나란다. 용운동의 행복 바이러스가 다른 곳에도 널리널리 퍼져나가길.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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