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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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http://blog.daum.net/moga2641

남편이 태어난 고향집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 외라2리에 있습니다. 시아버님의 형제·자매와 남편과 아주버님과 시누이형님이 태어난 130년 된 집입니다.

초가집이었던 고향집은 한동안 빈집으로 있었습니다.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신 후부터입니다. 아버님과 작은 아버님은 대전과 충남에서 교편생활을 하셔서 근무지를 따라서 이사를 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10년 전부터 아버님은 고향집을 대대적으로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주말마다 남편의 형제들이 시골집에 가서 조금씩 고쳤습니다. 아버님의 의도는 함께 일을 하면서 형제들끼리 우애있게 지내기를 바라셨습니다. 당신께서 회사를 정리하고 귀향하실 계획으로 시어머니의 작은 키에 맞춰서 주방의 싱크대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져서 병원 생활을 하시다 2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의 계획은 변경됐습니다.

고향집을 할아버지의 후손 150여명의 별장으로 사용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도시 생활에 바쁜 친척들은 일년에 한 번 아버님 생신 때 모일 뿐입니다. 집을 거의 고친 후에 작년부터 남편과 형제들은 주말마다 시골집에 들어가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들깨와 서리태 콩과 팥을 심었습니다. 남편은 자기가 태어난 고향집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깨끗해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수덕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향에는 초등학교 동창들도 많습니다. 유년 시절에 뛰놀던 고향 마을은 남편에게는 최고의 힐링 장소 같습니다. 흙냄새를 맡으며 고단하게 일하고 난 후 채소위주의 소박한 식사를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덕산 오거리에 있는 덕산 양조장에서 사온 막걸리는 식탁에 빠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초저녁부터 황토방에서 곤하게 잠을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고 합니다. 지난 주에도 남편은 하지 감자를 심으러 시골집에 갔습니다.

봄에 심어서 하지에 추수하기 때문에 하지 감자라고 하는 것을 저는 이번에 알았습니다. 큰시누이 형님 남편인 안산 아주버님(70세)이 농기계로 밭고랑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에서 일하는 분이 시아버님(92세)이고 빨간옷을 입은 분이 막내 시고모부님 (75세) 입니다.

남편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왼쪽 비닐을 덮은 곳은 감자씨를 심은 곳이라고 합니다. 집 앞에 있는 밭에 하지 감자를 심은 모습입니다. 감자를 얼마나 수확하려는지는 모르나 적자임은 확실합니다.

매주 시골집에 들어갈 때마다 자동차 기름값 등 경비가 10만원이 들고 동네 이장에게 일년분 비료값 15만원도 냈습니다. 우리부부가 먹을 감자는 10㎏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주말마다 시골집에 가서 느끼는 행복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농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부부의 노년을 위한 설계 때문입니다. 시집은 남자가 장수 하는 집안입니다. 시할아버님도 99세까지 건강하게 사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시할머니보다 9년을 더 사셨습니다.

시아버님도 어머님을 먼저 천국에 보내셨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남편도 저보다 오래 살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들만 둘인데 모두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고향집에서 저와 살다가 혼자가 되면 시집의 형제들과 함께 소일삼아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고향집에 작은 집을 지을 계획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제가 남편보다 늦게 세상을 떠날 경우에 전 남편의 고향에서 혼자 살기가 어렵습니다. 아들들이 있는 서울에 가서 손주들을 돌보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고향집은 아들들이 주말에 가서 쉬는 집으로 사용하면 될 것입니다. 어느새 노년에 접어든 우리부부(65세, 63세)는 장수사회가 됐어도 노년을 잘 설계해 두고 싶습니다. 건강관리 잘해서 가능하면 둘이 함께 오손도손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 혼자 남았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서울에서 자란 제가 남편이 고향으로 귀농하려는 꿈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이유는 노인이 될수록 부부가 정겹게 살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36년을 함께 살았고 또 앞으로 같이 살 제일 소중한 친구이자 동반자인 남편과 어디든지 함께 할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제가 남편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3월 31일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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