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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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22)


"전하께서 신의 여식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가납(嘉納)하셨다 하오니 황감할 따름이옵니다."

"과인이 갑자기 경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오. 내 어머님께서 옛날에 억울하게 폐위되신 전말을 경이 소상히 알고 있다 하니 사실이오?"

"예, 그러하옵니다. 신이 그때 어명을 출납하는 승지로 있었사온데 어찌 폐비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모르오리까."

임사홍은 드디어 왕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과인은 즉위한 후에야 생모가 따로 계셨던 사실을 알았소. 즉위할 때 열아홉 살이었으니 세상에 나서 19년 동안 생모가 따로 계셨던 사실을 모른 불효자였소."

왕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어머님께서 선왕에게 득죄하여 폐위되셨다는 말을 듣고 과인은 기가 막혔소. 폐비를 추숭(追崇)하지 말라는 선왕의 유교 때문에 추숭은 고사하고 효사묘(孝思廟)라는 사당을 세우기까지만도 신하들과 다투느라고 몇 년이 걸렸는지 모르오. 모자(母子)는 천륜(天倫)아니오? 과인은 불효를 한탄하여 심병(心病)까지 생겼소. 나중에 듣기로는 내 어머니께서 선왕의 용안에 손톱자국을 낸 죄 때문에 폐위되셨다는데, 무슨 다른 곡절이 있었던지 사실대로 말해 주오."

"전하! 으흐흑…."

임사홍은 갑자기 방바닥에 엎드리며 흐느껴 울었다.

"어허. 경은 어이하여 말하기 전에 울기부터 하오?"

왕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였다.

임사홍은 어깨를 들먹이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전하! 전하의 생모이신 폐비께서 억울하게 폐위되신 후 사사(賜死)되신 전말을 사실대로 아뢰려 하오니 목이 메고 설움이 복받치옵니다."

"무어요? 아니, 내 어머님께 사약 사발이 내려졌었단 말이오?"

왕은 악연(愕然)하였다. 왕은 생모 윤씨가 폐위되어 사가(私家)로 쫓겨났던 것만 알았지 그 사인은 모르고 있었기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왕실의 법도 때문에 내 친어머님 상(喪)을 입지 못한 것도 평생의 한인데 자식이 생모가 사약을 먹고 죽은 사실을 모르고 서른 성상(星霜)을 살았으니 내 이후에 죽어서 지하에 계신 어머님을 무슨 면목으로 뵈올 것이오? 으흑…."

왕은 생모가 사약을 먹고 피를 토하며 죽는 참혹한 광경을 상상하며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왕이 생모가 사약을 먹고 죽은 사실을 비로소 알았으니 정국에 어떤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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