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임영진 성심당 대표
1956년 창업한 부친 뜻이어
지역브랜드 자부심 갖고 생산
타지서 줄서 사갈 정도 명물
노숙인·복지센터 나눔봉사도

▲ 임영진 성심당 대표. 정재훈 기자

대전역에 가면 개찰구 한 쪽에 사람들이 줄 지어 서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곳에는 빵집이 있고, 사람들은 성심당(聖心堂) 빵을 한 아름 담아서 나온다. 어느새 줄을 서 있다. 맛도, 가격도 모르지만 왠지 사 가야할 것 같다. “군중심리죠. 사람들이 줄 서서 사 갈 정도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성심당 임영진 대표(60)는 말했다.

성심당 브랜드로는 전국 어디에 내 놔도 매출은 따 놓은 당상일 텐데 직영점은 대전에 3곳 뿐이다. 2011년 12월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1호 직영점을 낸 후 대전역점과 케익부띠끄를 차례로 오픈했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지만 대전 이외의 다른 지역은 입점하지 않기로 했다. ‘그 지역에 가야 살 수 있다’라는 희소가치가 성심당을 지역 명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서다.

“성심당을 시계방이나 금은방으로 알고 오는 사람도 더러 있어요. 빵집과 안 맞다 싶어 상호를 ‘사크레케어’로 바꾼 적 있는데 부산에서 이미 등록된 상호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성심당을 쓰기로 했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임 대표는 부친인 고 임길순 회장이 1956년 성심당을 창업한 후 2대에 걸쳐 빵 만드는 일을 해 왔다. 충남대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했고, 공군 장교 출신으로 직업군인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그는 가업을 이어받기로 했다. 함경남도 함주가 고향인 아버지는 1·4 후퇴 때 월남한 뒤 대전역 앞에 찐빵가게를 열었다.

부친은 팔다 남은 찐빵을 고아나 노숙자들에게 나눠줬다. 임 대표가 빵을 넉넉하게 만들어 대전역 노숙인들과 복지센터에 전달하는 것도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서다. 성심당 앞 노점 상인들이 직원 야유회 행사 때 캔 맥주 20상자를 보내 온 것도 임 대표의 나눔에 대한 보답이었다.

노점 상인들이 성심당 수도물을 쓰고, 인근 맨홀에 오물을 버릴 때 직원들의 만류에도 임 대표는 못 본채 했다. 오히려 명절이 되면 그들과 빵을 나눴다. 상인들은 그에게 감사했고, 노점을 찾은 고객들에게 성심당 빵을 홍보하기도 했다.

“카스테라를 만들 때 계란 1판(30개)을 넣는 게 아까워 하나를 빼면 맛이 다른 것을 손님들은 단번에 알죠. 빵은 넉넉한 마음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는 빵을 팔려면 고객의 마음을 사야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빵 굽는 냄새로 배가 고팠는데 임 대표가 빵을 건넸다.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승일 기자 w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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