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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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어 정기적으로 가족을 만나러 나가는 '원조 기러기 아빠',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마다 해외로 날아가는 '독수리 아빠',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홀로 사는 '펭귄(날지 못하는 새) 아빠'가 있다.
▶유학 간 ‘기러기’들은 아빠보다는 돈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러기아빠’는 월평균 400만원을 송금하느라 날갯죽지가 저리다. 현재 기러기 가족은 50만명이 넘고, 매년 2만명이 새로운 대열에 합류한다. 뻔한 수입에서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90% 이상을 송금하는 삶의 무게는 실로 고단하다.
그러나 가장 슬픈 건 생살을 찢는 듯한 생이별이다. 그 외로움은 뼈와 피를 육신의 끝으로 몰아친다. 40대는 몸과 마음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는다.
그래서 더 힘겹다. 적막강산 텅 빈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며 사는 게 어디 쉬우랴. 이별보다 더한 괴로움은 없고 생이별보다 더한 아픔은 없다.
비행기표 살 돈이 없어 오랫동안 가족을 못 만난 이가 유서를 남겼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미안하다. 아빠처럼 살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정말로 숨막히는 세상이다.”
▶반세기동안 생사여부도 확인 못하고 지내온 또 다른 ‘기러기’들이 있다. 이산가족들이다. 1세대 123만명에 2~3세대를 더하면 890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들 생각에 50년 동안 이사를 가지 않은 노모가 있는가 하면 50년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다.
뻔히 찾는 줄 알면서도 월북자가족이라는 냉전이데올로기의 족쇄가 두려워 쉬쉬한 사람 또한 있다. 이제 누렇게 빛바랜 사진 속 ‘기러기’들이 소실점의 끝에서 슬프게 날아가고 있다. 어느 쪽이든 ‘눈물’마저 말랐다.
‘안녕’을 묻지만 ‘안녕’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안녕’을 확인했지만 ‘안녕’이라고 인사할 기회조차 없다. 그래도 묻는다. “안녕, 꼭 살아있어야 한다.”
▶100명도 안 되는 이산가족들이 오늘부터 2박3일간 금강산에서 꿈같은 해후를 한다. 분단 70주년의 통증이다. 그 휴전선 너머에 ‘봄’이 하얀 미소처럼 걸려있다. ‘기러기의 봄은 모두의 꿈이다.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