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 ?
?
▶‘기러기’는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기러기다. 이는 한결같은 부부애, 자식애를 상징한다. 기러기는 짝이 죽으면 홀로 여생을 마치고, 산에 불이나면 품은 새끼와 함께 타죽을 정도로 가족 사랑이 유별나다. 온갖 풍상과 곡절 속에서 짧은 세상을 살면서도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못하고 등골이 휘는 외로운 철새다. ‘기러기아빠’는 아내와 자식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홀로 남아 뒷바라지를 하는 중년의 가장을 말한다.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어 정기적으로 가족을 만나러 나가는 '원조 기러기 아빠',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마다 해외로 날아가는 '독수리 아빠',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홀로 사는 '펭귄(날지 못하는 새) 아빠'가 있다.

▶유학 간 ‘기러기’들은 아빠보다는 돈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러기아빠’는 월평균 400만원을 송금하느라 날갯죽지가 저리다. 현재 기러기 가족은 50만명이 넘고, 매년 2만명이 새로운 대열에 합류한다. 뻔한 수입에서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90% 이상을 송금하는 삶의 무게는 실로 고단하다.

그러나 가장 슬픈 건 생살을 찢는 듯한 생이별이다. 그 외로움은 뼈와 피를 육신의 끝으로 몰아친다. 40대는 몸과 마음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는다.

그래서 더 힘겹다. 적막강산 텅 빈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며 사는 게 어디 쉬우랴. 이별보다 더한 괴로움은 없고 생이별보다 더한 아픔은 없다.

비행기표 살 돈이 없어 오랫동안 가족을 못 만난 이가 유서를 남겼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미안하다. 아빠처럼 살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정말로 숨막히는 세상이다.”

▶반세기동안 생사여부도 확인 못하고 지내온 또 다른 ‘기러기’들이 있다. 이산가족들이다. 1세대 123만명에 2~3세대를 더하면 890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들 생각에 50년 동안 이사를 가지 않은 노모가 있는가 하면 50년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다.

뻔히 찾는 줄 알면서도 월북자가족이라는 냉전이데올로기의 족쇄가 두려워 쉬쉬한 사람 또한 있다. 이제 누렇게 빛바랜 사진 속 ‘기러기’들이 소실점의 끝에서 슬프게 날아가고 있다. 어느 쪽이든 ‘눈물’마저 말랐다.

‘안녕’을 묻지만 ‘안녕’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안녕’을 확인했지만 ‘안녕’이라고 인사할 기회조차 없다. 그래도 묻는다. “안녕, 꼭 살아있어야 한다.”

▶100명도 안 되는 이산가족들이 오늘부터 2박3일간 금강산에서 꿈같은 해후를 한다. 분단 70주년의 통증이다. 그 휴전선 너머에 ‘봄’이 하얀 미소처럼 걸려있다. ‘기러기의 봄은 모두의 꿈이다.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