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 ?
?
▶우리 내면에는 작은 악마가 살고 있다. 사람들은 밤이 되면 두꺼운 분장을 벗고 세포사이에 퍼지는 피처럼 흘러 다닌다.

그리고는 '또 하루 잘 살았다(버텼다)'는 희망적인 사실을 자축하며 술판을 벌인다. 낡은 네온등은 징징거리며 취객들에게 “시벌~”이라고 육두문자를 날린다.

콘크리트 정글이라 불리는 인간 서식지는 이렇게 용감무쌍한 날짐승과 불쌍한 군상들이 뒤섞여 산다. 상류사회에 대한 열등감은 도시를 '개쌍놈'의 도시로 만들고 있다.

몸으로 일하고 몸으로 보상 받는 세상엔 오직 노동과 압제가 있을 뿐이다. 돈 주는 자는 '당신의 몸을 바치라'고 명령하고 돈 받는 자는 '당신에게 몸을 바치겠다’며 항복한다.

▶어쩌면 인간은 욕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호모욕쿠스'(Homo辱cus)’다. 세상살이에 지친 육신은 응집된 화(火)를 욕으로 배설한다.

약자나 패자는 욕을 먹고 살고, 강자와 승자는 욕을 달고 산다. 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장수하는 까닭은 스트레스를 덜 느끼기 때문이다.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고들 하는데, 사실은 장수하다보니 욕 듣는 나날이 많은 것일 뿐 장수와는 무관하다. 문명의 사이보그들이 세상 밖을 향해 날리는 ‘시벌~’은 어쩌면 미개한 종족들의 착한 분출일 뿐이다. 바보라서 착한 게 아니라, 착해서 바보다.

▶600만명에 달하는 감정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작자가 ‘감정유희자’들이다.

늘 웃음을 짓고 화를 눌러야 하는 스튜어디스, 항상 웃는 낯으로 90도 인사를 하는 백화점 주차장 도우미, 매번 무릎을 꿇고 밝은 목소리로 주문을 받는 음식점 직원,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는 상담원, 코 묻은 돈이라도 벌어야 하기에 코맹맹이 소리로 어르고 달래는 유치원·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들은 ‘고객감동’이라는 미명 아래, 감정을 누르고 억지웃음을 짓는 감정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직업을 ‘웃을수록 병드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이러니 돈을 뿌리며 육갑(六甲) 떠는 자들이 진상이 아니고 뭐겠는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겉으로 밝은 '척'하며 미소 짓는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더 지치고 조직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의 능률과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뭐 처묵을래?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니가 가져다 처먹어! 생긴 것처럼 잘도 처먹네….” 백 마디 말보다 한마디 욕으로 세상을 일갈하는 '욕쟁이 할머니'는 우리가 만든 우상이자 우리가 버린 허상이다. 욕을 하지 않으려 해도 욕이 나오는 세상, 우리는 매일 개나발을 분다.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