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대전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이광섭 씨
15개 ‘성혈’ 찾은 건축설계사
사비들여 대전문화유산 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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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유산답사기(성혈편)’ 저자인 이광섭(59) 씨는 대전을 사랑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은 두터워지는 법. 대전의 문화재를 알아가기 위한 그의 노력을 감히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사학자도 대전시 공무원도 아닌 그저 평범한 시민인 그는 지난해 말 수년간 발품을 팔아 기록한 대전의 ‘성혈’을 소개하는 책을 펴냈다.

사비를 탈탈 털어 찍어낸 300권. 비매품인 ‘대전문화유산답사기’ 성혈편을 기자에게 수줍게 내밀며 그가 말했다. “제가 사랑하는 대전을, 대전의 문화재를,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만 있다면 돈을 상관없습니다.”

건축설계사인 이 씨는 젊은 시절부터 공사 현장을 따라 전국을 철새처럼 떠돌았다. 고향인 대전을 떠나 팍팍한 건설 현장에서 부대끼며 그의 감성은 메말라갔다.

내면 치유를 위해 뭐라도 붙잡아야 했고, 전국 곳곳의 건축물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사진찍기에 몰두할수록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의 인연도 늘어갔다. “대전에서 유명한 것은 무엇인가요?” 대전토박이인 그였지만 대전의 명소를 소개해달라는 지인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보문산, 동학사, 동춘당, 계족산, 엑스포, 유성온천….” 영혼없는 대답을 반복할 때마다 찜찜함을 지울 수 없던 그는 결국 대전을 두발로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대전 곳곳의 문화재를 하나하나 찾아가 관찰하고 연구하고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인 ‘가보자! 보문산’에 소개했다.

“표지판도 없이 산 속에 숨어있다시피 한 문화재를 찾아갈 때 길을 잃을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 덕에 일반인들도 문화재 위치를 가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위치 정보까지 기록할 수 있었죠”. 그 와중에 발견한 것이 대전의 ‘성혈’. 바위그림의 한 종류인 성혈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돌에 파 놓은 별자리라 추정키도 하고, 대대로 조상들이 소원을 빌며 만들어진 구멍이란 설도 있다. 현재 대전지역에서 발견된 성혈만 67개, 그 중 15개는 이 씨가 직접 발견한 것이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위해 노력한 시간 끝에 이제야 대전을 진짜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욕심을 없습니다. 제 작은 노력이 대전 사랑을 널리 퍼트리는데 조그만 씨앗이 될 수 있길 소망할 뿐입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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