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재능기부로 복지시설 아동등
오케스트라 결성 연주회 열어
수제악기제작 결손아동 기증

▲ 구자홍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단무장

상처 받은 아이가 어른이 돼 상처 받은 아이를 만났다. 어른은 바이올린을 건넸다. “음악 해 보지 않을래?” 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더니 오케스트라 단원이 됐다.

어른은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구자홍 단무장(42).

아이는 부모가 이혼해 아동보호센터에 맡겨졌던 한 초등학생이다.

이 둘에게는 어린시절 아팠던 기억과 음악을 통해 치유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구자홍 단무장은 다섯 살 때 왼손 팔꿈치 밑 전체가 3도 화상을 입는 큰 사고를 당해 내성적이고 우울한 아이로 성장했다.

방황했던 그에게 친누나는 비올라를 권했고, 그는 비올라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됐다. 초등학생 아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돌봐주는 이가 없어 매사에 폭력적이고 거짓말을 일삼는 아이로 자랐다.

구 단무장이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배워 드림오케스트라에 합류할 것을 설득했고, 세상과 폭력으로 맞섰던 아이는 음악이라는 새 분출구를 찾게 됐다.

구 단무장은 음악이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져 줬듯이 비슷한 상처를 가진 아이들을 음악으로 달래주고 싶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에서 드림오케스트라 단무장을 맡아줄 것을 권유했을 때 선뜻 받아들였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2012년 5월 31일 창단한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는 지역 내 아동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빈곤가정 아동 중 음악에 관심 있는 아동 70명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음악을 통해 아이의 구겨진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오케스트라를 통해 성취감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에서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17일 드림오케스트라 첫 창단연주회를 충남대에서 열었다.

구 단무장은 “창단 후 1년 4개월 남짓 연습했다. 처음에는 바이올린 한 획 긋기가 어려웠던 아이들이 이 짧은 기간 동안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말했다. 비노클래식 대표를 겸하고 있는 구 단무장의 본업은 비올라, 바이올린 등 현악기를 제작하는 일이다.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만났던 한 수제악기 장인과의 인연이 그를 이 일로 이끌었다. 구 단무장은 “크레모나 지역에서 한 장인이 손가락 4개로 현악기를 만들고 있었다. 화재로 상반신 전체가 화상을 입었고, 손가락 하나를 잃게 됐다고 들었는데,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인을 만난 후 그는 이탈리아 크레모나 국립현악기 제작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됐고, 현재 대전시 서구 만년동 소재 비노클래식에서 악기를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악기 제작을 재능기부로 활용 중이다. 구 단무장은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수제악기를 기증해 왔고, 드림오케스트라에 손수 제작한 악기를 기증해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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