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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는 이 없는 한적한 섬… 거친 파도 쉬어가라 손짓하네

[섬따라 바람따라]
20. 대매물도 (大每勿島)
통영 소매물도에서 배로 10분 거리
산책로 6.4km로 섬 일주 4시간 충분
해금강 전망대 붉은태양 신비스러워
인근 몽돌해수욕장·삼여바위등 볼만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4년 01월 10일 금요일 제11면     승인시간 : 2014년 01월 09일 20시 28분
   
 
  ▲ 산책길 쉼터에서 본 풍경.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모양이다. 대매물도가 소매물도에 치여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남 통영시에서 27㎞ 떨어져 있는 대매물도는 소매물도에서 배로 1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음에도 여기를 들르는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소매물도로 몰린다는 뜻이다. 찾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인근의 섬들과 연계하여 '한려해상 바다 100 리 길'을 만들려고 할 때 해봤자 관광객도 오지 않고 공연히 섬만 훼손된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을 정도였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도대체 어떤 섬이길래 이런 이야기들이 회자되는가 궁금했다. 배편을 알아보니 소매물도를 드나드는 배는 모두 대매물도를 거쳤다. 회수도 잦았다. 소매물도에서 오후 4시35분 배를 타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하루 머물 계산을 하고 배편을 정했으면 다음에는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펜션과 민박은 있으나 식당이 없었다. 민박집에 식사를 부탁했다. 한 끼에 1만원이란다.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직접 해먹을 식재료와 버너와 코펠은 집에 모셔져 있으니 어쩌랴.

배는 대항마을과 당금마을 두 곳 모두 들르는데 어느 곳에서 내리든 섬을 돌아보는 코스는 같다. 섬을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민박집이 있는 대항마을에서 내렸다. 섬에 도착하니 섬의 전경을 꼼꼼하게 그려놓은 커다란 안내판이 여행객을 맞았다. 산책로 6.4㎞는 섬을 일주하도록 되어있다. 천천히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 잘 발달한 해식애.
첫 날은 일몰을 보기로 하고 해금강 전망대에 올랐다. 수평선에 가까워 올 수록 붉어지는 태양은 하늘뿐만 아니라 바다도, 섬도 감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보이는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신비와 장엄함. 하지만... 현자라면 온전한 벅참으로 느끼리라. 그래, 세상은 사람의 크기만큼 꼭 그만큼만 느끼게 한다. 어디 경관 뿐인가. 행복도 그렇고, 삶의 여유도 그렇다.

우리는 왜 서로 다른 그릇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각자에게 자리 잡은 욕심과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주입된 편견, 그럴 것이라고 믿고 살아온 관행 등이 어우러져 만든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럼 나는 지금 어떤 크기로 여기 있는가? 일상의 모든 것에서 더할 수 없는 온전한 감동과 감사와 기쁨으로 나를 가득 채울 날은 언제려나!

스스로에게 답을 얻지 못하고 눈앞의 삼여바위로 눈을 돌렸다. 물때에 따라 오륙도가 되는 그 바위는 오가는 갈매기들의 쉼터로 자신을 내주고 있었다. 수만 년 동안 파도에 맞서 굳건히 자신을 지키며 베푸는 헌신이 불가(佛家)의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떠올리게 했다.

이튿날 아침, 전날 올랐던 전망대에서부터 섬 일주에 나섰다. 산책길에 우선 만나는 몽돌해수욕장은 이름과는 달리 해수욕을 하기에는 적당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쉼터도, 편의시설도, 마땅한 그늘도 없으니 좀더 시설보강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덥지 않은 계절에 몽돌해변에 앉아 사색에 잠기기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인근의 발전기가 쉬지 않고 소음을 뿜어대는 탓이다.

발길을 옮기면 곧 동백터널을 만난다. 수줍은 듯 푸른 잎사귀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붉은 동백꽃을 만나는 기쁨. 잊었던 옛 인연을 만난 듯 반갑다. 추운 계절에 꽃을 피우는 놀라운 생명력에 옷깃이 여며진다. 이런 나를 보는 꽃도 기쁘리라. 생명이 없는 사물도 마음을 읽는데 어찌 꽃이 내 마음을 모르랴! 그럴 리가 없다고? 사랑이라고 쓴 종이를 붙인 물병의 물은 결정체가 가지런한데 미움이라고 쓴 종이를 붙인 병의 물 결정체는 일그러진다는 실험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김상운 지음 ‘왓칭. 신이 부리는 요술’ 참조)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길지 않은 동백터널을 지나고부터는 일주 산책로 전체가 전망이 탁 틔여 푸른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걷는데 전혀 불편이 없다. 전망이 특히 좋은 곳에는 쉴 수 있는 정자도 만들어 놓았다. 잠시 등에 배는 땀을 식히며 정자에 앉아 바다를 보면 "참 좋다!"는 말 밖에 더 할 게 없다.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홍도 전망대를 가기 직전 가파른 경사지에 동백나무 군락지가 인상 깊다. 다가갈 수 없어 멀리서만 보고 지나쳤지만 머잖아 전북 고창군의 선운사 동백숲보다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은 장군봉(210m)인데 정상에는 봉우리 이름과 연관 지어 장군과 말의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 대항마을 선착장.

대매물도에는 당금마을과 대항마을 두 마을이 있다. 700여m 거리의 두 마을을 잇는 길에는 크고 작은 미술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정표도 예쁘게 만들어 놓았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가보고 싶은 섬'시범 사업대상지로 지정한 뒤 적잖은 예산을 투입한 결과인데 이제는 세월이 지나 더러 훼손되고 색이 바래 아쉽다.

   
▲ 당금마을의 한 골목길.

이 섬 귀퉁이의 꼬돌개라는 지명은 그 사연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초기 정착민들이 살던 어느 해 심한 흉년이 들어 모두 꼬돌아졌다(고꾸라졌다의 지역방언)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하기사 어느 시대, 어느 곳이든 등 따뜻하고 배부른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1초에 4명의 어린이가 기아로 세상을 떠난다지 않는가! 너무 먹어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세상은 참 불평등하다. 완벽한 우주에서 삶이 이리 모질고 모순 투성이인 이유는 뭘까? 이 섬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염소도 적잖게 만난다.

처음에는 가둬 기르던 것이 부실한 울타리를 비집고 나가 저희들끼리 새끼도 낳고 어울려 산다고 하는데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 섬에서 잡은 고기들이 소매물도로 건너갈 정도로 물고기가 싱싱하고 낚시하기 좋다고 민박집 주인은 칭찬이 자자하지만 식당이 없어 그저 칭찬소리로만 귀에 담았다.

   
▲ 나부상(바다를 품은 여인).
하지만 섬을 둘러 본 결론은 찾는 사람 숫자로 섬의 가치나 멋을 측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대매물도도 그 나름대로의 풍취와 즐거움이 있었느니 말이다.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떠나면서도 했으니 결코 말하기 좋은 수사(修辭)만은 아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당금마을 선착장에 다시 서자 어제는 무심코 지나쳤던 배불뚝이 나부상(裸婦像)과 안내판의 싯구가 시선을 끌었다.

'바라본다 /떠나간 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돌아올 바다를 바라본다 /함께 할 섬의 내일을 바라본다 //품는다 /섬의 생명을 품고 /섬을 찾는 생명을 품는다 /새 생명 가득한 섬의 내일을 품는다 //여인은 그렇게 /매물도의 바다를 /품는다.'

섬을 떠나며 다산(多産)과 풍요의 상징인 여성이 우대받는 세상이 된다면 사회는 더 넉넉해질까 하는 기대도 함께 갖게 됨은 어떤 이유였을까?

글=민병완·사진=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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