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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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는 둥지(집)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에 뱁새, 개개비, 때까치, 할미새, 멧새, 굴뚝새, 종달새, 개똥지빠귀 같은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시쳇말로 위장전입이다. 더구나 자신이 낳은 알을 보호하기 위해 둥지 안에 있는 다른 새알 몇 개를 먹어 없앤다. 이렇게 되면 전체 알의 수는 같아져 위탁모가 눈치를 채지 못하게 된다.

제 알을 품지 않고 딴 둥지에 몰래 집어넣어 새끼치기를 하는 탁란(托卵)이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갓 부화된 뻐꾸기 새끼는 다른 새알과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어뜨린다.

'둥지 청소'다. 물론 어미 뻐꾸기는 자기가 어미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하루 종일 둥지 근처에서 '뻐꾹뻐꾹' 울음을 들려준다. 지구촌 전체 새의 약 1%가 '탁란조'다.

▶'나그네새'인 솔개는 겨울새다. 솔개는 80년가량 사는데 이들의 장수법이 독특하다.

이들은 40세가 되면 발톱이 늙고, 부리도 길게 구부러져 사냥을 할 수가 없다. 더구나 하늘을 날 수 없을 만큼 깃털이 두껍게 자란다. 선택은 오로지 두 가지밖에 없다.

그냥 늙은 몸으로 죽든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갱생 과정을 수행하든지….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산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고행을 시작한다. 바위를 쪼고 쪼아 부리를 생으로 빠지게 하고, 발톱과 깃털도 스스로 뽑아낸다. 이렇게 반년쯤 지나면 새 발톱과 새 깃털과 새부리가 생긴다. 40세에 생을 마칠 운명이었던 솔개는 이후 40년을 더 살게 된다.

▶꾀꼬리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의 대명사다. 보통 4명의 자식에 부모를 합해 6~7명이 대가족을 이룬다. 어미들은 수시로 새끼들의 배설물을 먹는다.

냄새를 맡고 침범하는 천적을 막기 위함이다. 새끼들을 먹이느라 배가 고파서 찌꺼기를 먹는다는 설도 있다. 눈물겨운 희생이다. 잉꼬 새와 효도 새도 있다. 괭이갈매기는 평생 일부일처제의 짝을 유지하고 어디를 가든 늘 함께한다. 황새는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 해로할 뿐만 아니라, 새끼 황새들은 병든 부모에게 먹이를 물어다주고 죽을 때까지 보살핀다.

▶칼새는 '다리가 없는'이란 뜻의 학명을 가졌을 만큼 비행 전문가다. 이 새는 번식지를 떠나 사하라사막~서아프리카~유럽을 횡단할 때까지 약 200일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다.

먹이(박테리아·균류·씨앗·포자)도 공중에서 해결하고 잠도 비행 도중 쪽잠을 잔다. 일종의 졸음운전이다. 둥지 틀 때를 빼고 평생을 땅에 내려앉지 않는 것은 종족번식의 신성함 때문이다. 새들도 이러하거늘, 인간종족은 허구한 날 죽는소리만 하며 ‘탁란’을 꿈꾼다. 인간의 야만과 영욕이 새만도 못하다.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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