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손외수 대전 플랜트치과 원장

▲ 손외수 플랜트치과 원장이 지난 1일 대전 동구지역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연탄 나눔 봉사 중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플랜트치과 제공

“봉사도 중독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의 양과 마음의 크기가 꼭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돈 만원에 얼굴을 붉히는 부자도 있을 테고, 구세군을 차마 지나치지 못하는 어린아이도 있을 테다.

‘나눔’이란 그만큼 당연한 것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손외수 대전 플랜트치과 원장(46)의 ‘나눔’을 가진 자의 여유라 마냥 헐뜯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년소녀 가장 돕기부터 연탄 나눔 봉사, 음악회 기부에 이르기까지 한 해 동안 그의 나눔에 들어가는 비용만 3억이 넘는다.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실상 한국에선 매우 낯선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그는 10년 넘게 굴하지 않고 실천하는 중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스물아홉의 그는 대전에 내려와 첫 치과를 개원했다. 그의 고향은 경상남도 거창이었지만 아내를 따라 1996년 대전에 터를 잡은 것이다.

섬세한 감각 덕분인지 병원은 개업과 동시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충청도 사람도 아닌 내게 과분한 사랑을 준 거죠. 대전 시민들에게 받은 것이 정말 크고 귀했어요.”

그러나 괜한 쑥스러움에 기부나 봉사를 하겠다고 선뜻 나서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에 그는 유흥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이 사연을 접했다.

유흥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달이 소년소녀 가장을 지원하는 그 사람의 모습에 감동한 그는 다음날 바로 나눔을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시작한 소년소녀 가장 후원이 올해로 15년째. 그 사이의 그의 나눔은 커지고 다양해졌다. 진료 봉사차를 만들어 의료 사각지대로 직접 찾아갔고, 도움의 손길이 시급한 어려운 이들을 후원했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도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음악회 표를 지원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년 전부터는 병원에서 직접 음악회를 열어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힘든 업무에 시달리는 소방관과 경찰을 초대해 그들의 치아뿐 아니라 음악으로 지친 마음을 치료해 주려 했다.

지난해 시작한 2만장 연탄 나눔 봉사는 그의 또 다른 에너지원이다. 소박하게 시작된 그의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하면 할수록 더 끊을 수 없으니 ‘봉사중독’이란다. 어쩌면 낯 간지러운 말일 수도 있지만, 담백한 경상도 말투만큼이나 그의 눈빛은 담담했다. “나눔이란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이 부치지 않은 한도 내에도 그동안 해온 일들을 꼭 유지하고 싶습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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