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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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숙청의 피바람이 몰아치던 1930년대 말 영국 여배우 낸서 아서가 스탈린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사람을 죽일 건가요?" 스탈린이 대답했다. "더 이상 죽일 필요가 없을 때까지….” 독재자 스탈린은 이렇게 24년간 2000만명을 죽였다. '잔혹한 처형자' 나치(아돌프 히틀러)는 2억명을 학살했다. 처형된 사람들 중엔 잠재적 라이벌, 혁명동지, 혈육 등도 있었다. 마오쩌둥과 체게바라, 카스트로, 사담 후세인…. '사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전제주의(독재)는 이유 같지 이유로 '생사람'들을 살육한 피의 이념이었다.

▶캄보디아 폴포트는 '악덕세균'을 몰아낸다며 4년 간 200만명을 죽였다. 살해된 시신은 가로 세로 3m, 높이 1.5m의 킬링필드(Killing fields·시체 구덩이)에 묻었다. '악덕 세균'은 관료, 군인, 의사, 약사, 교수, 교사 등 지식인들이었다. 또한 농민 천국을 만들겠다며 뚱뚱한 사람이나 부드러운 손을 지닌 사람을 골라 죽이기도 했다.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시절 레닌도 손이 곱게 생긴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親)알렉산더파 숙청 바람 속에 사형을 맞게 됐으나 ‘철학’ 핑계를 대고 도망을 쳤다. '악법도 법'이라던 소크라테스는 "내가 지금 감옥을 탈출하면 그동안 내가 말해왔던 것이 뭐가 되느냐"며 도망치지 않고 독배를 마셨다.

▶진시황은 춘추전국시대의 난세를 평정하고 자신의 가문에서 자손만대 황제가 이어져야 한다는 유일황제혈통을 선언했다. 하지만 2대 호해는 3년, 3대 자영은 고작 46일 권좌에 있다가 최후를 맞았다. ‘건달’이었던 한고조 유방을 황제로 만든 소하, 한신, 장량을 일컬어 ‘초한3걸’이라고 부른다. 한신은 군사전에서, 장량은 지략에서, 소하는 민정 전문가로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한신은 참수를 당했고 장량은 숙청을 피해 숨어살았다. 아부를 일삼던 소하만 목숨을 부지했다. 조선은 어떠한가. 이성계의 피바람으로 개국한 숙청의 왕조가 아니던가.

▶북한 2인자였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처형됐다. 실각된 지 나흘만이다. 그는 나름대로 북한체제보위를 위해 가장 애쓴 인물이다. 죄명은 '반동무리, 불순이색분자, 아첨분자, 추종분자, 심복졸개, 끄나풀'이었다. 김일성(49년 독재), 김정일(17년간)에 이은 김정은의 3대 공포정치다. 피바람도 세습되고 피바다도 세습된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花無十一紅),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데(권불십년·權不十年) 북한은 어찌 '권불칠십년'일까. 아, 발정 난 짐승의 서슬이 벼리다.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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